130. 아이를 잃은 후 처음으로 마포 강가에 나오다, 심익운
130. 아이를 잃은 후 처음으로 마포 강가에 나오다[喪兒後, 初出湖上, 悲悼殊甚, 詩以志之], 심익운(沈翼雲)
집에는 약초밭과 꽃밭이 있었기에
살던 곳 어디든지 늘 따라다녔었지.
마음 아파 차마 책을 펼칠 수 없던 것은
그 옛날 책 말릴 때 책 주던 너 기억 나서지.
藥圃花園屋左右 閒居何處不從行
傷心未忍開書帙 曬日他時憶爾擎
[평설]
셋째 딸 작덕(芍德)은 천연두를 앓다가 다섯 살에 세상을 떴다. 아이가 1762년 2월에 세상을 뜨고, 심익운은 1762년 4월에야 처음으로 마포 강가에 나왔다고 한다. 아버지의 상심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다. 집 안 구석구석 아이의 흔적으로 가득하다. 아이는 약초밭이든 꽃밭이든 졸졸 따라다니며 아빠 곁을 맴돌곤 했다. 책을 볕에 말리며 포쇄(曝曬)할 때에 “아빠, 이 책도 말려요” 하며 책을 건넸다. 책을 읽으려 해도 딸 아이 기억이 떠올라 책조차 펴 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