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365일, 한시 365수 (149)

149. 소낙비 속 청개구리[驟雨], 김정희(金正喜)

by 박동욱

149. 소낙비 속 청개구리[驟雨], 김정희(金正喜, 1786~1856)

나무마다 부는 훈풍에 잎새가 너울대니

몇 봉우리 서쪽에는 비 짙어 새카맣네.

쑥보다 더 새파란 청개구리 한 마리가

파초 끝 뛰어올라 까치처럼 울어대네.

樹樹薰風葉欲齊 正濃黑雨數峰西

小蛙一種靑於艾 跳上蕉梢效鵲啼


[평설]

나무들에 따순 바람이 훅하고 불어오니 잎새들이 일제히 뒤집히며 소리를 낸다. 소나기가 내린다는 강력한 신호탄이다. 소나기는 봉우리 몇 개를 순식간에 뛰어넘어 빗줄기를 쏟아낸다. 바로 이때 어디서 나타났는지 청개구리가 나와서는 파초 끝에 뛰어 올라와 있다. 까치처럼 울고 있다니 엄청난 성량이 아닐 수 없다. “나 아직 살아 있다”는 외침은 이렇듯 거룩하고 아름답다. 먹구름의 흑색과 청개구리의 청색의 색채가 대비되어 더욱 그림 같은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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