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365일, 한시 365수 (148)

148. 새벽 산문을 일찍 연 까닭[山中雪夜], 이제현(李齊賢)

by 박동욱

148. 새벽 산문을 일찍 연 까닭[山中雪夜], 이제현(李齊賢)

종이 이불 차가고 등불은 어두운데

사미승 밤새도록 종 치지 않는구나.

틀림없이 자던 손님 일찍 문 엶 화내겠지만

암자 앞 눈 쌓인 소나무 보려 했을 뿐이네.

紙被生寒佛燈暗 沙彌一夜不鳴鐘

應嗔宿客開門早 要看巖前雪壓松


[평설]

산사에서 잠을 청한다. 얇은 이불은 한기가 고스란히 저며오고 등불은 밤새 어둡다. 잠을 청해 보았지만, 뜬눈으로 밤을 새워 버렸다. 이제나저제나 종을 치는 소리가 들려올까 했지만, 게으른 사미승은 밤새 내린 눈 탓하며 종을 치는 일도 빼먹었다. 이제 더는 잠을 자는 것을 포기하고 방문을 나선다. 산문을 일찍 열고 나간다는 사미승의 지청구를 뒤로 하고, 눈 쌓인 소나무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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