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 안쓰러운 손자 아이[穉孫], 노긍(盧兢)
147. 안쓰러운 손자 아이[穉孫], 노긍(盧兢)
[1]
어린 손자 겨우 막 걸음마 배워
나 끌고서 참외밭에 들어가누나.
참외 보고 가져다 제 입 가리키니
먹고 싶은 맘이 너무 넘쳐서이네.
穉孫纔解步 引我入瓜田
指瓜引指口 食意已油然
[2]
잠자다 갑작스레 ‘엄마’ 찾지만
귀를 막고서 감히 듣지 않누나.
아침에 일어나 어린 계집종을 꾸짖어
“누가 이 말을 가르쳤누” 하였네.
睡中忽喚母 塞耳不敢聽
起朝詰童婢 有誰敎此聲
[3]
사람들은 모두다 손자 있지만
나 같은 이 생각하면 응당 없으리.
아비이면서 또한 어미가 되고
할아비면서 거기다 할머니 되네.
人皆孫子有 如我思應無
爲父亦爲母 作翁兼作姑
[평설]
노긍은 1777년에 평안북도 위원(渭原)으로 유배를 갔다. 유배를 떠나기 석 달 전에 부인인 청주 한씨가 세상을 뜨고, 1786년에는 장남 노면경(盧勉敬)이, 또 면경의 부인인 고령 신씨가 그 뒤를 따랐다. 이 시는 이러한 아픔을 겪던 시기에 지어졌다.
아직 말도 못하는 손주 놈이 할아버지 손을 끌고 참외밭을 향한다. 그러고는 참외를 보고서 입에 넣는 시늉을 한다. 손자는 잠결에 “엄마”하며 부른다. 그 소리를 차마 들을 수 없어 귀를 감싼다. 다음날 아침이 되면 손자에게 엄마란 말을 가르쳤다고 애꿎은 계집종을 타박한다. 자신의 아내와 자식 내외가 모두 세상을 떠나 버렸다. 그 기막힌 상황을 자신은 손자에게 아비와 어미, 할아비와 할머니가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