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9. 그대는 공무를, 나는 시 쓰기를[江界道中, 戱贈樊巖使相] 목만중
229. 그대는 공무를, 나는 시 쓰기를[江界道中, 戱贈樊巖使相], 목만중
시 주머니 원래 장군 깃발에 속하지 않으니
가는 곳마다 수레 따르는 백성들 있을 뿐이네.
도중에 봄 경치가 이천 리 펼쳐졌지만
강산은 늙은 서생에게 맡기어 주시기를.
詩囊元不屬牙㫌 處處隨車有峽氓
一路烟花二千里 江山付與老書生
[평설]
이 시는 1774년(채제공 당시 나이 55세)에 채제공이 평안도관찰사(平安道 觀察使)가 되었을 때 목만중이 써준 것으로 보인다. 시를 써서 보관하는 주머니를 시 주머니[詩囊]라 한다. 한가히 유람하며 시를 쓰면 시 주머니에 보관하곤 했다. 여기서 장군이라고 한 것은 관찰사가 병마절도사를 겸하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관찰사는 시나 쓰는 자리가 아니라 백성을 살피는 자리다. 지금은 화려한 봄 경치가 펼쳐져 있어 시 짓기에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자신 같은 서생은 시나 지을 테니, 채제공은 공무에나 매진하라고 했다. 곧 당신이 공무에 몰두할 때 나는 시나 짓겠다는 의미다. 제목에 희(戱)가 들어가 있으니 농을 담아서 쓴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