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2. 거울[怨詞], 최기남(崔奇男)
232. 거울[怨詞], 최기남(崔奇男)
제겐 마름꽃 무늬 거울 있는데
임이 처음 주실 때 생각납니다.
임은 가고 거울만 남아 있으니
다시 얼굴 비춰보질 않으렵니다.
妾有菱花鏡 憶君初贈時
君歸鏡空在 不復照蛾眉
[평설]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고, 여인은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위하여 화장을 한다.[士爲知己者死 女爲說己者容]고 했다. 이 시에 나오는 여인도 자기 남자를 위해 화장하는 평범한 여인이었다. 여인이 가진 거울은 능화경(菱花鏡)이다. 곧 마름꽃 무늬를 새긴 거울로 부부의 만남을 상징한다. 여인은 남자에게 처음 거울을 받았을 때를 잊을 수 없다. 그때는 얼마나 애틋하였나. 그런데 남자가 떠났으니 거울은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되었다. 사랑하는 임이 없으니 거울을 보고서 누구를 위해 얼굴을 꾸미겠는가? 그래서 거울은 저기다 던져 놓고 다시는 내 얼굴을 비춰보지 않으려 한다. 임은 날 버렸고 난 거울을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