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6. 꽃과 나비 나를 보네[折花], 김삼의당
236. 꽃과 나비 나를 보네[折花], 김삼의당
창밖에서 조용히 걷고 있으니
창밖에는 하루해 더디게 져서,
꽃을 꺾어 어여쁜 머리에 꽂자,
벌과 나비 지나다 슬쩍 엿보네.
從容步窓外 窓外日遲遲
折花揷玉髮 蜂蝶過相窺
[평설]
무엇이 답답했는지 뜰에 나와 이리저리 거닐어본다. 한참을 거닐어봐도 시간은 더디고 더디게 흘러간다. 누구를 기다리는 걸까? 권태로움에 못 이겨 꽃을 꺾어서 머리에 꽂아 본다. 내가 꽃이 되었고 꽃이 내가 되었다. 그러자 벌과 나비는 꽃인가 의심이 가서 엿보고 있다. 아직도 꽃과 같은 미모는 여전한데 왜 혼자서 지루한 시간을 견뎌야 하는지 야속하다. 노인은 지나간 세월이 아쉬운지 꽃을 꺾어 머리에 꽂아 보았고, 여인은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고 꽃을 꽂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