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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365일, 한시 365수 (238)

238. 대자유[無題], 진묵(震黙)

by 박동욱

238. 대자유[無題], 진묵(震黙)

하늘 이불, 땅 깔개, 산 베개

달 촛불, 구름 병풍, 바다 술독

얼큰히 취해서는 일어나 춤추는데

긴 소매 곤륜산에 걸림을 싫어하네.

天衾地席山爲枕 月燭雲屛海作樽

大醉居然仍起無 却嫌長袖掛崑崙


[평설]

배포가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니다. 하늘로 이불로 삼고, 땅으로 깔개로 삼으며 산으로 베개를 삼는다. 게다가 달로 촛불을 삼고 구름을 병풍으로 삼으며 바다를 술독으로 삼았다. 그러다 얼큰하게 취하게 되면 일어난 덩실덩실 춤을 추는데, 소매가 곤륜산에 걸리는 것이 거추장스럽다고 했다. 전체적으로는 과장으로 일관되어 있지만, 자유자재하여 어디에도 매이지 않는 구도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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