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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365일, 한시 365수 (249)

249. 수놓은 꽃신 끝[春詞], 박제가(朴齊家)

by 박동욱

249. 수놓은 꽃신 끝[春詞], 박제가(朴齊家)

그네가 가르면서 허공에 솟구치니

바람 받은 두 소매가 당긴 활과 똑 닮았네.

더 높이 오르려나 치맛자락 터져서는

수놓은 꽃신 끝이 드러난 줄 몰랐었네.

劈去鞦韆一頓空 飽風雙袖似彎弓

爭高不覺裙中綻 倂出鞋頭繡眼紅


[평설]

그네가 허공을 가르면서 공중으로 솟구치니 두 소매에 바람이 가득 차서 당겨 놓은 활처럼 팽팽해졌다. 그러다 더 높이 오르려 힘을 주려다가 치맛자락이 터지니 꽃신 끝에 붉은 수가 드러났다. 그네는 밖으로 나가려는 원심력과 안으로 돌아오려는 구심력이 교차한다. 그래서 그런지 보여주고 싶은 심사와 보여줄 수 없는 부끄러움이 묘하게 엇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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