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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365일, 한시 365수 (250)

250. 겨울 부채[冬扇], 임제

by 박동욱

250. 겨울 부채[冬扇], 임제

한겨울에 부채 준다 괴이타 생각 마오

넌 아직 나이 어려 어떻게 알겠냐만

한밤중 그리움에 가슴 속 불이 일면

늦여름 무더위에 비길 바 아니리오.

莫怪隆冬贈扇妓 爾今年少豈能知

相思半夜胸生火 獨勝炎蒸六月時


[평설]

임제는 한겨울 엄동설한에 자신이 사랑하는 기녀에게 부채를 선물했다. 통상 가을 부채는 버림받은 여인을 상징한다. 그런데 시인은 겨울 부채를 사랑의 열기로 환치시켰다. 이 시는 젊잖게 기녀에게 사랑에 대해 훈계하는 한편 자신의 사랑도 함께 전했다. 한밤중에 사무치는 그리움이 마음속에서 불처럼 일어난다면, 찌는듯한 무더위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렬하다. 그러니 부채로 그 열기를 식히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을 것이다. “나는 네가 그리울 거니 너도 나 그리우면 부채로 그 열기 잠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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