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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365일, 한시 365수 (265)

265. 버림받은 여인[春閨怨], 오광운(吳光運)

by 박동욱

265. 버림받은 여인[春閨怨], 오광운(吳光運)

누대 앞 황금 빛깔 버드나무는

본래는 임을 위해 심었던 건데,

임은 딴 데 놀러 가 말 매지 않고

쓸쓸히 꾀꼬리만 찾아오누나.

樓前金色柳 本意爲郞栽

郞遊不繫馬 寂寂小鸎來


[평설]

버드나무는 ‘유(柳)-유(留)’나 ‘사(絲)-사(思)’라는 동음이의어로 이별과 그리움의 의미를 드러내곤 했고, 꾀꼬리는 당시(唐詩)에서 이미 규원(閨怨)을 고조시키는 사물로 즐겨 사용되었다. 봄이 되어 버들은 물이 올라서 금빛으로 찰랑거린다. 저 버드나무는 낭군께 보여 드리려 손수 정성껏 가꿨더랬다. 그런데 낭군께서 어디에 한눈파느라 나를 이렇게 외면하는가? 버드나무에 말을 매지 않는다는 것은 자신에게 마음을 못 붙이는 낭군을 가리킨다. 그런데 버드나무에는 꾀꼬리가 찾아와서 심회를 돋우고 있다. 이렇게 버드나무와 꾀꼬리는 한시와 회화에서 흔히 짝을 이뤄서 헤어진 임을 그리워하는 여인의 정서를 드러냈다. 봄이 와도 낭군께선 오지 않으니, 봄이 와도 봄은 봄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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