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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365일, 한시 365수 (264)

264. 설렘과 수줍음[峽口所見], 신광수(申光洙)

by 박동욱

264. 길에서 본 풍경[峽口所見], 신광수(申光洙)

푸른 치마 입은 여자 목화밭 나와서는

객보고 몸을 돌려 길가 바짝 서 있었네.

흰 개는 누런 개를 멀찍이 따라갔다,

짝지어 주인 앞에 다시금 달려오네.

靑裙女出木花田 見客回身立路邊

白犬遠隨黃犬去 雙還更走主人前


[평설]

목화 따던 여인은 목화밭에서 나왔다가 낯선 나그네를 만났다. 예기치 않은 조우다. 여인은 놀랐는지 몸을 틀어 길가에 바짝 붙어 서 있다. 남자는 설렜고, 여인은 수줍었다. 이와는 대조적인 풍경도 그렸다. 백구는 멀리 누렁이를 따라갔다가 그새 꼬셨는지 함께 짝이 되어 돌아왔다. 마치 나그네한테 한 수 배워 보라는 것처럼 의기양양하다. 푸른색, 흰색, 누런색의 색채감은 이 시에 생동감을 더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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