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옛 사람의 음식남녀 24

『食色紳言』,[明]龍遵 著

by 박동욱

[24] 삶겨진 어린 송아지



대복고(戴復古)가 송아지를 삶아서 손님을 대접하는 사람을 보고서 다음과 같은 시를 지었다. “시골집에서는 갓 태어난 송아지는 어린 것이 가련한 생애이네. 한번 밭을 가는 것도 시험해 보지 못하고 얼마 안되서 오정에서 삼아졌다네. 아침이 되자 식지가 움직일 것 점을 쳤으니 고깃국 한 그릇이 절묘하였네. 사람이 입과 배를 위하는데 마침내는 차마하지 못할 정을 품을 것이네”


戴石屏見烹犢延客者, 詩云: “田家繭栗犢, 小小可憐生. 未試一犁力, 俄遭五鼎烹. 朝來占食指,妙絕此杯羹. 口腹爲人累, 終懷不忍情.”




[평설]

2008년 7월부터 발효 중인 유럽 연합의 새로운 분류법에 따라 월령 8개월 이하의 짐승은 송아지(veau), 8개월 이상 된 짐승은 어린 소(Jeune bovin)로 구분한다. 송아지 고기는 색이 밝고 육질이 연하며 기름기가 적고 철분이 적다.

아는 사람을 만났더니 손님 대접한다고 갓 태어난 송아지를 삶아 내왔다. 맛만 따진다면 아무 생각 없이 먹겠지만, 송아지의 짧은 삶을 떠올리니 차마 목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소가 되지 못하고 죽었으니 밭도 한번 갈아보지 못한 것이다. 사람이었다면 꽃도 펴보지 못하고 요절한 셈이다. 4구에 나오는 식지동(食指動)은 『좌전』에서 나온 말이다. ‘식지가 동한다’는 말은 먹을 생각이 간절해서 손가락이 절로 음식이 있는 쪽으로 움직이게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 말은 ‘구미가 당긴다, 야심을 품는다’ 하는 뜻으로 많이 쓰이게 되었다.

제 입맛과 건강을 위해서는 못할 게 없다. 그렇지만 아직 피지도 못하고 일찍 죽은 동물을 떠올려 보면 그렇게 음식으로 만들어 목에 넘기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고귀하며 애처롭다. 어차피 도축을 위한 동물이라도 마음이 쓰이지 않을 수는 없다.


[어석]

오정(五鼎): 다섯 개의 솥에 각각 소[牛], 양[羊], 돼지[豕], 물고기[魚], 고라니[麋]를 담아 신에게 바침. 전하여 좋은 것을 먹으면서 부귀영화(富貴榮華)를 누린다는 뜻이다.


[출전]

대복고의 시 제목과 본문은 다음과 같은데 글자의 출입이 약간 있다.「有烹犢延客者食之有感」: 田家繭栗犢 小小可憐生 未試一犂力 俄遭五鼎烹 朝來占食指 妙絶此杯羮 口腹爲人累 終懷不忍情


대복고.jpg 대복고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중국 옛 사람의 음식남녀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