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9. 아내와 함께한 술자리[夜雨雜詠], 권필
309. 아내와 함께한 술자리[夜雨雜詠], 권필
봄밤에 가랑비가 처마에 울리나니
늙은이 평생토록 이 소리 좋아했네.
털옷 입고 심지 돋워 잠을 못 이루고서
아내와 앉아서는 거푸 잔을 들이키네.
春宵小雨屋簷鳴 老子平生愛此聲
擁褐挑燈因不寐 對妻連倒兩三觥
[평설]
봄비가 밤에 내리니 처마에서 빗물이 떨어진다. 언제나 이 소리가 듣기 좋았다. 비 오는 봄밤이 썰렁해서 따스한 옷을 챙겨 입고 심지를 돋우면서 빗소리를 듣는다. 이 빗소리를 듣기 위해서라면 잠까지 포기할 수 있다. 이럴 때 술 한 잔을 먹지 않을 수 없어, 아내를 앞에 두고 연거푸 두세 잔을 마신다. 빗소리는 정말로 좋은 안주가 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