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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욱 Oct 04. 2024

일년 365일, 한시 365수 (352)

352. 무더위[苦熱], 윤기(尹愭)

352. 무더위[苦熱], 윤기(尹愭)

태양의 더운 열기 어찌 이리 맹렬한지       

불 일산(日傘) 펼친 데다 화로로 에워싼 듯  

길 가는 행인들은 더위 먹은 사람 많고    

동산에 가꾼 채소 시들어 죽어가네       

맨발로 쌓인 얼음 밟는 것 생각하며       

종놈 불러 큰 부채나 부치게 할 뿐이네.   

어이하면 하늘 오를 사다리 얻어서는    

은하수 기울여서 불볕더위 씻어낼까      

陽烏赫烈一何威   火傘張空爐四圍

道上行人多暍病   園中蒔菜盡萎腓

思將赤脚層氷踏   徒喚蒼頭巨扇揮

安得雲梯登九萬   手傾銀漢洗炎暉     


[평설]

이 시는 윤기가 12세 때인 1752년(영조28) 여름에 쓴 것이다. 어찌나 더운지 불로 만든 일산을 쓰고 화로를 사방에 에워싼 것 같았다. 행인들은 더위 먹어 지쳐 있었고 채소들은 말라 비틀어 죽어간다. 이럴 때 맨발로 얼음을 밟는 상상을 하며, 종놈을 불러 부채를 부치게 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시 한번 상상을 더 해본다. 은하수를 쏟아서 비를 뿌려서 무더위가 한풀 꺾이길 바랐다. 더워도 너무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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