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종대왕(肅宗大王), 「題劉孫駐馬圖」
49. 유비와 손권이 말을 멈춘 그림을 보고
紫髥大耳孰英雄(자염대이숙영웅) 자줏빛 수염, 큰 귀 중 누가 진정 영웅인가
坡上揚鞭駐馬同(파상양편주마동) 언덕에서 채찍 들어 말 함께 멈추었네.
第一江山甘露寺(제일강산감로사) 천하에 제일가는 경치로는 감로사인데
依依往跡入圖中(의의왕적입도중) 지난 자취 분명하게 그림 속 남아있네.
숙종대왕(肅宗大王), 「題劉孫駐馬圖」
[평설]
이 시는 숙종이 삼국지의 한 장면을 그린 그림을 보고 지은 작품이다. 이 그림은 유비(劉備)가 진강현(鎭江縣) 북고산(北固山) 감로사(甘露寺)에서 손권(孫權)의 누이동생을 부인으로 맞이할 때 유비와 손권 두 사람이 감로사에 함께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감로사의 아름다운 경관에 매료되어 유비가 ‘천하제일강산(天下第一江山)’이라 하였다고 한다.
유비는 강남 4군을 얻은 후 유기를 형주 자사로 추대했고 유기가 죽고 나자 유비가 형주목으로 추대된다. 이에 따라 유비는 세력이 강해졌고 손권은 두려움을 느낀다. 그래서 누이를 시집보내 동맹을 강화하려 했다. 유비와 손인의 결혼은 전형적인 정략결혼이다. 두 사람은 나이 차가 많이 났다. 손인은 대략 19세 전후였고 유비는 49세였다. 건안 16년 유비가 촉(蜀)으로 가자 손권은 바로 누이를 데려간다. 이러한 점에서 손인은 불행한 사람이었다. 결혼도 이혼도 본인이 선택한 것이 아니다. 손인이 고향으로 돌아간 이후의 일에 대해서는 어떤 기록도 남아있지 않다.
자줏빛 수염은 손권을 큰 귀는 유비를 각각 가리킨다. 두 사람은 말을 멈추고 마주 섰다. 그것은 혼인을 통한 동맹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끝내 이 혼인은 비극으로 끝났고, 두 사람이 감로사에서 만났을 때의 그림만이 역사적 순간을 담아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