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365일, 한시 365수 (392)

by 박동욱

392. 주인과 나그네[早發], 이병연(李秉淵)

나그네 새벽 틈타 떠나려는데,

주인은 보낼 수가 없다 하지만

채찍 쥔 채 주인께 사양을 하니

닭과 개 깨워 많이 부끄럽다네.

客子乘曉行 主人不能遣

持鞭謝主人 多愧煩鷄犬

[평설]

이 시는 새벽길을 떠나려는 나그네와 이를 만류하는 주인 사이의 섬세한 순간을 포착했다. ‘사(謝)’자의 해석이 이 시의 의미를 결정짓는 핵심이 된다. 대부분의 해석이 이를 ‘감사하다’로 보아 나그네가 주인의 만류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렇지만 ‘지편(持鞭)’이라는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그네는 이미 채찍을 손에 쥐고 있다. 이는 떠날 결심을 굳혔다는 내면의 상태를 암시한다. 따라서 '사(謝)'는 '사양하다'로 해석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마지막 구절의 '번계견(煩鷄犬)'도 이를 뒷받침한다. 새벽을 깨우는 소리는 이미 일어난 일이며, 이는 나그네가 떠나기로 한 결심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길을 떠나면서, 이른 아침 집안을 시끄럽게 한 것에 대한 미안함을 말한 것이다. 이처럼 이 시는 떠나는 나그네와 붙잡는 주인 사이의 미묘한 감정을 닭과 개 깨우는 소리 하나로 섬세하게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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