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4. 봄날의 아쉬움[次韻寄鄭伯容], 정이오(鄭以吾)
이월도 다 지나고 삼월이 다가오니
한 해의 봄빛이 꿈결처럼 사라지네.
천금으로도 좋은 계절 살 수가 없으니
술 익는 뉘 집에서 꽃 활짝 피었는가.
二月將闌三月來 一年春色夢中回
千金尙未買佳節 酒熟誰家花正開
[평설]
이 시는 봄의 덧없음을 말한다. 2월에서 3월로 접어들면 봄의 정점에서 쇠락으로 향한다. 봄이 꿈결처럼 사라진다는 표현은 계절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인식하는 순간, 그 순간은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다는 역설을 담고 있다.
좋은 계절은 많은 돈으로 살 수 없다. 이는 단순한 진리이면서도 시간의 불가역성에 대한 깊은 인식을 보여준다. 잘 익은 술과 활짝 핀 꽃은 짧은 봄과 삶을 위로해 주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몸을 기댄다면 슬픔과 애상을 벗어나게 해준다.
삶이란 그리 거창한 무엇이 아니다. 주어진 시간을 아름다운 꽃을 즐기고 좋은 술을 마시면서 마음에 맞는 사람과 함께하면 그만이다. 순간의 무상함을 인식하되 그 순간의 의미를 결코 놓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