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365일, 한시 365수 (402)

by 박동욱

402. 목민관의 겸손[四月 南華族弟命甫 鼎銘 來言邑人立去思碑于伏龜亭店邊 聞而戱吟]

삼 년을 목주 밥을 배불리 안 먹으며

재주 없어 소박한 식사에도 부끄럽다 여겼는데,

가소롭다. 복귀정에 한 조각 돌에다가

못난 이름 남겨서는 뒷사람 보인 것이

三年不飽木州飯 自分無才愧素餐

可笑龜亭一片石 陋名留與後人看


[평설]

이 시는 집안 아우가 찾아와서 고을 사람들이 복귀정(伏龜亭) 옆에다 거사비(去思碑)를 세웠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쓴 것이다. 안정복은 65세의 나이로 1776년(정조 즉위) 9월에 목천현감에 제수되어, 같은 해 10월부터 1779년 4월까지 2년 6개월간 재임했다. 거사비는 그가 떠난 뒤 2년이 지나 1781년에 세워졌다.

시의 1, 2구에는 재임 기간 중 생활이 드러난다. 그는 천성이 소식(小食)하였다. 관직에 있을 때도 늘 적게 먹어 주변의 걱정을 샀다. 그때마다 "잘 다스리지도 못하면서 먹고 마시기만 하면 마음이 편할 것인가"라며 웃어넘겼다고 한다. 이처럼 소박한 식사조차 부끄러워하던 태도가 백성들이 거사비를 세운 이유를 잘 말해준다.

3, 4구는 거사비 건립 소식을 들은 안정복의 반응이다. 백성들은 그의 선정을 잊지 못해 비를 세웠지만, 정작 그는 자신의 이름을 돌에 새긴 것조차 송구스러워했다. 백성들은 그의 치적을 잊지 않았고 안정복은 거사비를 부끄럽게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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