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3. 노학자의 자성(自省), 안정복
공부도 산만하여 문장도 못 이루고
팔십 년 세월 동안 병고에 시달렸네.
짧은 시간 아낀다는 평소 맘 여전하여
햇살 비친 창 앞에서 생각에 잠기었네.
工夫散誕不成章 八十光陰病裏忙
惜寸素心猶未已 窓前日影坐商量
[평설]
이 시는 안정복이 자신의 팔십 평생을 돌아보며 쓴 술회시이다. 1, 2구에서는 자신의 삶을 겸손하게 평가한다. 공부가 산만하여 제대로 된 저술을 이루지 못했고, 팔십 년 세월을 병고(病苦)에 시달리며 보냈다고 말한다. 이는 수많은 저술을 남긴 그의 실제 업적을 생각하면 지나친 겸양이지만 이러한 겸손함이야말로 그가 학문적 성취를 이룰 수 있었던 바탕이었을 것이다.
3, 4구는 현재의 심경을 보여준다. 나이 들어서도 시간을 아끼고자 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창가에서 깊은 사색에 잠기는 모습은 학자로서의 정진하는 자세를 보여준다. 이 시는 겸손한 자기 성찰과 끊임없는 학문적 열정이 조화를 이루며, 노학자의 진솔한 내면을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