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4. 이름 모를 들꽃[野花], 이색
도처에 피어있는 들꽃 이름 모르지만
나무하는 애나 어른 눈에는 훤히 뵈네.
어찌 꼭 상림원 꽃만 귀하다 하리
하늘의 마음 씀이 저절로 공평한데.
野花隨處不知名 蕘叟樵童眼界明
豈必上林爲富貴 天公用意自均平
[평설]
이 시는 이름 없는 들꽃을 통해 만물의 가치와 존재 의미를 살폈다. 이름 모를 들꽃이지만 나무꾼들에게는 친숙한 존재임을 보여준다. 이는 진정한 가치 판단이 세간의 명성이나 지위가 아닌, 실제적 쓰임과 경험에서 비롯됨을 시사한다.
3, 4구는 궁궐의 정원인 상림원(上林苑)과 들꽃을 대비한다. 진나라 때 조성되어 한 무제 때 증축된 상림원은 화려하고 귀한 꽃들이 가득했으나, 그것이 꽃의 본질적 가치를 결정하지 않는다. 하늘의 공평한 마음 씀이란 만물의 존재 가치에 대한 깊은 통찰이다.
이 시의 주제는 『명심보감』의 “하늘은 녹 없는 사람을 내지 않고, 땅은 이름 없는 풀을 기르지 않는다[天不生無祿之人 地不長無名之草]"라는 구절과 맥을 같이 한다. 이름 없는 꽃은 있지만 쓸모없는 꽃은 없다. 화려하거나 이름났다고 해서 가치 있는 것이 아니며, 비록 초라해 보이는 존재라 하더라도 저마다의 고유한 가치가 있음을 일깨워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