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1. 시골 아이들의 가을[戱詠田家秋事 八首, ‘村兒’], 윤기
아이들이 무엇을 알겠냐마는
가을 들어 풍년을 기뻐하였네.
들밥 내는 아낙 따라 달려들 가고
친구 부르며 즐겁게 함께 뛰노네
물을 뺀 통발에서 물고기 잡고
쑥대 화살 손에 쥐고 참새를 쫓네
이웃 할비 잠든 틈 엿보았다가
붉게 익은 감을 서리 해오네.
兒童亦何識 秋後喜年豐
隨饁奔跳競 呼朋嬉戱同
取魚梁竭水 驅雀矢拈蓬
每候鄰翁睡 偸來虬卵紅
[평설]
농가의 평화로운 풍경을 아름답게 그렸다. 뭘 모르는 아이들도 눈치가 있는지 뭐든지 풍성한 풍년에 행복해한다. 새참을 내가는 아낙의 꽁무니를 따라서 달려가고, 친구들을 부르며 함께 재미나게 논다. 물을 뺀 통발에서 물고기를 잡고 화살로는 참새를 쫓는다. 이웃집 할아버지 곤히 잠든 틈에 붉은 감 몇 개 슬쩍 따온다. 시골 아이들의 천진한 장난이 가을 들녘의 풍요로움과 어우러져 정겨운 풍경을 만들어 낸다. 별것 없는 이 풍경이 눈물겹게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