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365일, 한시 365수 (421)

by 박동욱

421. 시골 아이들의 가을[戱詠田家秋事 八首, ‘村兒’], 윤기

아이들이 무엇을 알겠냐마는

가을 들어 풍년을 기뻐하였네.

들밥 내는 아낙 따라 달려들 가고

친구 부르며 즐겁게 함께 뛰노네

물을 뺀 통발에서 물고기 잡고

쑥대 화살 손에 쥐고 참새를 쫓네

이웃 할비 잠든 틈 엿보았다가

붉게 익은 감을 서리 해오네.

兒童亦何識 秋後喜年豐

隨饁奔跳競 呼朋嬉戱同

取魚梁竭水 驅雀矢拈蓬

每候鄰翁睡 偸來虬卵紅


[평설]

농가의 평화로운 풍경을 아름답게 그렸다. 뭘 모르는 아이들도 눈치가 있는지 뭐든지 풍성한 풍년에 행복해한다. 새참을 내가는 아낙의 꽁무니를 따라서 달려가고, 친구들을 부르며 함께 재미나게 논다. 물을 뺀 통발에서 물고기를 잡고 화살로는 참새를 쫓는다. 이웃집 할아버지 곤히 잠든 틈에 붉은 감 몇 개 슬쩍 따온다. 시골 아이들의 천진한 장난이 가을 들녘의 풍요로움과 어우러져 정겨운 풍경을 만들어 낸다. 별것 없는 이 풍경이 눈물겹게 아름답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일년 365일, 한시 365수 (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