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4. 처세의 어려움[偶見村壁上有詩曰 多言衆忌少言癡 惡是人嫌善是譏 富則妬他貧亦笑 未知那許合天機 不知誰所作 而盖歎處世之難也 余閔其意 用其語而答之 以解其惑 又以自警], 윤기
시기 받기보다는 어리숙하게 있고
미움받기보다는 꾸지람 당하리라
질투받을 바에야 비웃음 사는 게 나으니
그런 뒤에야 함정을 피할 수 있으리
衆忌不如拙守癡 惡嫌爭及善逢譏
與其見妬無寧笑 然後方知免穽機
[평설]
윤기가 53세에 지은 작품이다. 시골집 벽에서 발견한 한 편의 시가 계기가 되었다. 그 시는 "말이 많으면 미움 사고 적으면 바보 취급, 악하면 미워하고 선하면 조롱하며, 부자면 질투하고 가난하면 비웃으니 어느 것이 하늘의 뜻에 맞을까"라고 했으니, 세상살이의 난처함을 토로하고 있었다.
윤기는 이러한 탄식에 공감하면서도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한다. 세상의 시기와 질투, 미움을 피하는 길은 역설적이게도 자신을 낮추는 것이다. 차라리 어리석게 보이고, 조롱을 감내하고, 무시를 견디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세상이 쳐놓은 함정을 피하는 지혜라고 보았다.
이는 단순한 처세술이 아닌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이다. 사람들은 타인의 말과 행동에 결코 관대하지 않다. 윤기는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세상과 정면으로 부딪치는 대신 자신을 낮추는 방법을 택했다. 이는 도피가 아닌 달관이며, 패배가 아닌 지혜였다. 세상의 함정을 피하는 방법이 오히려 세상을 이기는 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