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365일, 한시 365수 (464)

by 박동욱

464. 웃기는 일[有感], 이용휴

산골 사람 바다 생선 어보 만들고

한 땅 사람이 오 땅의 죽순 그려서,

본토 사람 앞에 그걸 보여줬다면

배 잡고 웃지 않을 이 드물었네.

峽民譜海魚 漢客畫吳笋

持示本土人 鮮不捧腹哂


[평설]

이 시는 지식의 허상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다. 마치 한 편의 희극처럼 두 가지 우스운 상황이 펼쳐진다. 산골 사람이 보지도 못한 바닷물고기를 기록하고, 한나라 사람이 만져 보지도 못한 죽순을 그린다. 이들은 자신들의 지식을 뽐내려 했지만, 결국 시늉만 배운 허울뿐인 앎이었다.

평생 물고기와 함께 살아온 어부들, 죽순을 기르며 일생을 보낸 농부들 앞에서 이런 어설픈 지식은 웃음거리가 된다. 책상물림의 지식이 얼마나 공허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를 통해 진정한 앎이란 발로 뛰고,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보는 데서 온다는 점을 일깨운다.

이 시에는 날카로운 비판이 숨어 있다. 이론만으로 전문가 행세를 하거나, 겉핥기식 지식을 뽐내려는 태도를 꼬집는다. 또, 우리 문학이 중국문학을 흉내 내는 것에 대한 우의(寓意)로도 읽히지만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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