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365일, 한시 365수 (478)

by 박동욱

478. 퇴직하며[罷官], 홍세태(洪世泰)

국화는 벼슬 늦게 관뒀다 비웃겠지만

술 익어 꽃 앞에서 술 한 잔 기울이네.

영예도 치욕도 다 몸 밖의 일이니

귀신도 내 속의 시를 뺏지 못 하리라.

黃花笑我解官遲 酒熟花前可一巵

榮辱不關身外事 鬼神難奪腹中詩


[평설]

이 시는 홍세태가 1710년 58세에 통례원 인의(通禮院引儀)에서 파직된 후 쓴 작품이다. 이 자리는 목소리 좋은 아전들이 맡던 자리였다. 주변 사람들이 그의 곤궁함을 안타깝게 여겨 배려한 자리였지만, 이마저도 오래 하지 못하고 파직당하고 만다.

국화가 자신의 늦은 퇴직을 비웃는 것만 같다. 하지만 이날을 위해서 준비라도 해둔 듯 익은 술을 꺼내와서 한 잔 마신다. 애초부터 영예와 치욕은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자존심 하나는 남아있다. 귀신이 와도 자신의 시심(詩心)은 빼앗지 못할 것이다. 결국 마지막 구원은 시를 쓰는 일이었다. 알량한 관직에 잠시 몸을 기댔지만, 몸에 맞지 않는 옷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시인이다. 결코 시 쓰는 일을 멈추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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