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3. 불면의 괴로움[苦夜長], 신기선(申箕善)
느릿느릿 기나긴 밤 어이 이리 길고 긴가
잠 청해도 잠 못 드니 괴로워 미치겠네.
창가에서 홰를 치는 닭 울음 듣고 보니
부상에 붉은 해가 가까워감 알겠다네.
漫漫長夜何其長 欲眠未眠苦欲狂
聽得窓前鷄一唱 方知紅日近扶桑
[평설]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아무리 잠을 자려 해도 잠이 오지 않는다. 자고 싶어도 잠을 잘 수 없다면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불면은 시간과의 처절한 싸움이며, 어둠과의 대면이다. 의식은 점점 더 선명해지고, 감각은 갈수록 날카로워진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을까? 창가에서 울리는 닭의 울음소리는 마침내 동이 틀 것임을 알린다. 부상(扶桑)은 동해(東海) 너머에 있다는 전설의 나무로, 새벽에 해가 그곳에서 떠오른다고 한다. 그러나 닭의 울음은 단순한 희망의 신호가 아니다. 그것은 또 다른 불면과 고뇌를 예기(豫期)한다. 숙면은 언제쯤 불면과의 싸움에서 이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