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尹拯), 「역사를 읊다[詠史]」
팽형 앞의 두 사람
白首監門賤似泥(백수감문천사니) 늙도록 문지기로 천하게 살았더니
非狂翻作殺身梯(비광번작살신제) 안 미쳤단 말이 도리어 죽음의 원인 됐네.
蒯生自有當烹罪(괴생자유당팽죄) 괴통이 자연히 삶아 죽일 죄 있었으니
不在知韓在襲齊(부재지한재습제) 한신을 알아본 게 아니라 제나라를 습격한 탓이네.
윤증(尹拯), 「역사를 읊다[詠史]」
[평설]
이 시는 역이기의 비극적 죽음을 다루고 있다. 역이기는 진류(陳留) 고양(高陽) 사람으로 글 읽기를 좋아했지만 집안이 가난하여 고을의 문지기로 생계를 꾸렸다. 권세 있는 사람들의 부림을 꺼리다 보니 사람들은 그를 ‘미친 사람[狂生]’이라고 불렀다. 그는 같은 고을 사람을 통해 유방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며 “사람들은 나를 미친 사람이라고 하나, 나는 미친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유방의 유세객(遊說客)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그러나 자신이 미친 사람이 아님을 증명했던 일이 결과적으로는 죽는 원인이 되고 말았다.
역이기(酈食其)가 제왕(齊王)을 설득하여 제나라 성 70개가 항복하였다. 한신은 그 소식을 듣고 제나라 공격을 멈추려 했지만, 괴통은 한신을 부추겨 제나라를 침공하게 했다. 제나라 왕은 이 일에 격분하여 역이기를 삶아 죽였다. 괴통이 한신을 알아보고 조언한 것은 잘못이라 할 수 없지만, 그가 한신에게 제나라를 기습 공격하도록 부추긴 행위가 그의 죄라고 했다. 괴통이 역이기의 죽음에 큰 몫을 했기 때문이다. 역이기는 끝내 제나라 왕에게 팽형을 당했고 괴통은 유방에게 팽형을 당할 처지에 놓였지만 빠져나왔다. 누군가를 죽게 한 것도 말 때문이었고 죽음에서 빠져나오게 한 것도 말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