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楚漢)의 영웅 한시로 만나다 118

조수삼, 「詠史 八首」

by 박동욱

진시황을 속이고 사라진 서복

遺舃傳圖總渺茫(유석전도총묘망) 전설 속 남겨진 신발과 그림 다 아득한데

阿誰當面賺秦皇(아수당면찬진황) 그 누가 대놓고서 진시황 속였는가

樓船一去硎阬外(누선일거형갱외) 거대한 배 한 척이 학살의 땅 벗어나니

徐福眞知不死方(서복진지불사방) 서복이 비로소 불사의 길 알아냈네.

조수삼, 「詠史 八首」


[평설]

이 시는 진시황의 불사에 대한 집착과 서복의 기민한 대응을 대비한다. 1구의 전설 속 남겨진 신발과 그림은 서복의 흔적이 역사와 신화 사이를 오가며, 이는 불사의 꿈조차 허상에 불과했음을 시사한다. 2구는 서복의 행동이 단순한 기만이 아닌 진시황의 심리를 꿰뚫은 치밀한 전략임을 보여준다. 3구에서 거대한 배는 서복의 탈출이 개인적 도피가 아니라는 점을 말한다. 형갱(硎阬)은 진시황이 형곡(硎谷)에서 박사와 유생을 땅에 묻어 버린 일을 말하는데, 진시황의 잔혹한 통치를 가리킨다. 서복의 탈주는 단순한 지리적 탈출이 아니라 정신적 해방이었다. 4구가 이 시의 압권이다. 진시황이 갈망했던 불사의 비법은 서복의 기지 속에만 있었다. 진정한 불사란 죽음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결국 서복은 진시황의 욕망을 역이용하여 자신의 자유를 얻었다. 이 시는 서복을 단순한 허풍쟁이가 아니라 지혜로운 생존자로 재조명한다. 결국 진시황은 불사의 신이 되려 했으나, 서복이 자유의 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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