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앞에 붙인 글 48

–조선의 좌우명-

by 박동욱


형제는 본래 하나이다


영해(寧海)에서 어떤 형제가 쟁송으로 크게 다툼이 있었다. 병 중에 이 글을 써서 보여 주었더니 그 사람들이 슬퍼하며 감동되어 돌아가 서로 자책하고 드디어 그 쟁송을 그만 두었다. 비로소 떳떳한 천성은 속이기 어려움이 있음을 알았다.

형이 되고 아우가 되었지만 한 몸에서 나누어져서, 모습은 서로 비슷하고 말씨도 서로 같도다. 아우가 어린아이였을 때 형이 그 아우를 업어주었고, 아우가 숟가락을 잡지 못했을 때 형이 그 아우 밥을 먹여 주었도다. 집 밖을 나서서는 함께 길을 다녔고, 집 안에 들어와서는 함께 지냈도다. 먹을 적에는 밥상을 함께 하였고, 잠잘 적에는 서로 안고 잤도다. 슬플 때에는 함께 곡을 하였고, 즐거울 때에는 함께 웃었도다. 어른이 되어서는 형은 사랑하였고 아우는 공경했으니 대저 어찌 억지로 했겠는가. (우애란 것은) 본디 타고난 것이네.

처자식이 있고 부터는 생활을 꾸려야 해서 많고 적은 것을 따져보니 사사로운 맘 드디어 싹이 텄다네. 종들은 질투하여 참소하였고, 동서 간에 서로 반목 하였네. 원망하고 욕하여 서로 원수가 되어 길가는 남만도 못하게 됐네. 재산을 다투느라 관청에 고소해서 속속들이 다 까발려지네. 동기간에 사이가 소원해 지고 천륜이 짐승처럼 되었네. 세도(世道)가 이 지경되었으니 통곡할 만하구나.

이 아름다운 형제는 그 마음 넉넉하게 하여서, 의로움 높이고 재물을 멀리해서 원망을 마음속에 품거나 머물러 두지도 않았네. 형은 우애가 있고 아우는 순종하여 늙을수록 더욱 독실하였네. 참소로 말들을 만들어 내도 들어올 틈이 없었네. 그 다음으로 노함을 참아서 싸움과 따짐을 눌렀네. 상대가 비록 작은 과실이 있어도 내 쪽에서 마땅히 스스로 자책하였네. 해치지 않고 탐내지 않는다면 어찌 화목하지 않으리오. 아홉 대가 한 집안에 살 수 있었던 비결은 참을 인자를 백 번 쓴 것에 있었네. 고향에서 효자라 일컬어져서 천자께서 절의를 포상하였네. 귀신들이 남몰래 도와서 자손들 복이 많았네.

아! 형의 뼈는 아버지의 뼈이고, 아우의 살점은 어머니의 살점일세. 하나의 기운이 두루 흘러 가까웠으니 몸은 비록 둘이라도 본래는 하나였네. 형제가 화순하면 곧 부모가 기쁠 것이고, 형제가 순종하지 아니하면 곧 조상들 슬플 것이네. 온 천하도 오히려 한 집처럼 될 수 있는데 하물며 지친(至親)으로 천속(天屬)임에랴. 옛사람이 말하기를 “부부는 의복과 같고, 형제는 손발과 같도다.”라 했으니 의복이 쓸모없을 때에는 바꿀 수 있다지만, 손과 발이 끊어지면 어찌 이으랴. 저 상체(常棣)와 각궁(角弓)의 시가 나의 마음을 서글프게 하누나. 옛 사람의 격언을 이어 짧은 글 써서 스스로 책망하노라.


寧海, 有人兄弟爭訟大鬩. 病中, 書此以示之, 其人慼然心動, 歸而相責, 遂止其訟. 始知秉彝之天, 有難誣也.

爲兄爲弟, 分自一體. 容貌相類, 言語相似. 弟在孩提, 兄負其弟. 弟未執匙, 兄哺其弟. 出則同行, 入則同處. 食則同案, 寢則同抱. 哀則同哭, 樂則同笑. 及其成人, 兄愛弟敬, 夫豈強爲, 良知素性. 有妻有子, 各自治生, 較短量長, 私心遂萌. 臧獲讒妬, 婦娣反目. 怨詈相讐, 路人不若. 訴官爭財, 發奸摘伏. 同氣楚越, 天倫禽犢. 世道至此, 可堪痛哭. 此令兄弟, 其心綽綽. 尙義疏財, 不藏不宿. 兄友弟順, 老而益篤. 讒搆行言, 無間可入. 其次忍怒, 禁抑鬪詰. 彼雖小過, 我當自責. 不忮不求, 何用不睦. 同居世九, 忍字書百. 鄕里稱孝, 天子褒節. 鬼神陰騭, 子孫多福. 嗚呼.兄之骨, 是父之骨, 弟之肉, 是母之肉. 一氣周流而無間, 身雖二而本則一. 兄弟和順, 則父母悅, 兄弟違拂, 則先靈慽. 四海尙可爲一家, 況至親之天屬. 古人有言曰, “夫婦衣裳也, 兄弟手足也.” 衣裳破時尙可換, 手足斷時安可續, 彼常棣角弓之詩, 使我心兮戚戚. 續古人之格言, 書短篇而自責.

-최현(崔晛, 1563~1640), 「友愛箴」




[평설]

최현이 형제간에 붙은 쟁송을 중재하려고 쓴 글이다. 세상에서 부모 다음으로 유전형질이 비슷한 것이 형제다. 어렸을 때는 같이 밥을 먹고 나란히 잠을 잔다. 슬픔이나 기쁨도 함께 나누며 서로를 위로해 준다. 그러나 제 살림을 꾸리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종놈들은 되도 않은 험담을 전하고, 아내는 동서 간에 반목을 한다. 그러다 서서히 형제 간은 멀어지고 끝내 등을 돌리게 된다. 게다가 재산 문제라도 걸려서 법정에 서기라도 하면 형제는 끝내 되돌릴 수 없는 사이가 되기도 한다.

최현은 형제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첫째로는 둘 사이의 돈독한 정이다. 서로 간의 관계가 원체 좋았다면 참소가 들어올 틈이 없다. 섭섭한 감정이 조금씩 균열을 드러내다가, 주변의 말들이 기름을 붙게 되는 법이다. 둘째로는 분노를 참아서 싸움과 따지는 것을 누르는 것이다. 조금 섭섭한 일이 있더라도 자신 쪽에도 너그럽게 대처한다면 사이가 나빠질 턱이 없다.

효도가 거창한 데에 있는 것이 아니다. 형제 간에 사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형제 간에 반목하고 다툰다면 그것만큼 부모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도 없다. 대기업 총수들도 재산 때문에 원수만도 못한 사이가 되기도 한다. 남보다 풍족하고 여유 있게 살라는 남긴 재산이 결국은 형제를 남보다 멀게 만든다. 차라리 부모가 재산이 없었더라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다.


[어석]

장획(臧獲): 종을 가리킨다. (장(臧)은 사내종, 획(獲)은 계집종)

발간(發奸): 농간을 적발하는 것.

적복(摘伏): 남의 흠결을 들추어 냄.

초월(楚越): 초(楚)나라와 월(越)나라라는 뜻으로,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 아무 상관(相關)이 없음을 이르는 말.

금독(禽犢): 금독지행(禽犢之行)을 말한다. 짐승과 같은 짓이라는 뜻으로, 친족 사이에서 일어난 음행(淫行)을 이르는 말.

해치지 않고 탐내지 않으면[不忮不求]:『시경(詩經)』, 「패풍(邶風)」, ‘웅치(雄雉)’에 “一不忮不求, 何用不臧”라고 했다.

아홉 대가 한 집안에 살 수 있었던 비결은 참을 인자를 백번 쓴 것에 있었네.[同居世九, 忍字書百.]: 당 나라 때 사람인 장공예(張公藝)의 집안은 9대(代)가 한집에서 살았다. 당 고종(唐高宗)이 그 까닭을 물으니, 장공예는 인(忍) 자를 100번 써 올렸다. 『자치통감(資治通鑑)』, 「당기(唐紀)」참조.

음즐(陰騭): 하늘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사람을 도움.

위불(違拂): 위불(違咈)이라고도 쓴다. 어긋나서 순종하지 않는 것을 이른다.

상체(常棣): 『시경(詩經)』, 「소아(小雅)」의 편명(篇名). 상체(아가위 나무)의 꽃을 형제의 우애에 비유한 노래임. 전(轉)하여 형제(兄弟)간의 우애(友愛)를 비유하는 말.

각궁(角弓): 『시경(詩經)』, 「소아(小雅)」의 편명(篇名). 역시 형제간의 우애를 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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