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마지막 한시 14

-절명시(絶命詩)-

by 박동욱

오늘밤은 누구의 집에서 잘까


擊鼓催人命 북을 쳐서 목숨을 재촉할 때에

回首日欲斜 머리 돌려 바라보니 해가 기우네.

黃天無一店 저승길엔 주막집 하나도 없다하니

今夜宿誰家 오늘밤은 누구의 집에서 잘까

성삼문, <臨死賦絶命詩>




[평설]

이 시는 성삼문의 문집인『성근보집(成謹甫集)』에는 나오지 않는다. 성삼문이 처형장으로 가는 수레에 탈 때 지은 시로, 수레를 따르던 대여섯 살 된 딸에게 건넸다 전해진다. 어숙권(魚叔權)의 『패관잡기(稗官雑記)』등의 기록을 보면 명(明) 나라 송렴(宋濂)의 고제(高弟)인 손분(孫蕡)이 처형될 때 지은 시라고 나오니, 성삼문의 작품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에는 이 시와 함께 한 편의 시가 더 실려 있다. “임이 주신 밥을 먹고, 임 주신 옷 입었으니, 일평생 한 마음이 어길 줄 있었으랴. 한 번 죽음이 충의인 줄 알았으니, 현릉(顯陵)의 송백(松柏)이 꿈속에 아른대네.[食人之食衣人衣, 所一平生莫有違. 一死固知忠義在, 顯陵松柏夢依依]” 이 시는 처형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마지막으로 올려진 술을 마신 후 지었다고 한다. 진위 여부를 떠나 두 시 모두 처형을 목전에 둔 이의 감출 수 없는 절망감과 애절함이 잘 드러나 있다.


성삼문.jpg 성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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