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마지막 한시 15

-절명시(絶命詩)-

by 박동욱

술 한 잔 마셔 몸을 데우고 싶네


膈上塵囂省 횡격막 위로는 홍진 세상 두루 살폈고,

腹中天理爛 뱃속으로 하늘의 이치 익숙히 알았지.

壺間太乙春 술병 속에 천지의 봄이 와 있으니

願借一杯煖 원컨대 한 잔 마셔 몸을 데우고 싶네.

김종후(金鍾厚), <絶筆>




[평설]

격상(膈上)과 격하(腹中)는 시인의 내면을 가리킨다. 세상사를 두루 살피고 천리를 익히 알았다고 했으니 작가 자신이 한 평생에 아무런 아쉬움이 없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이렇게 1,2구에서는 자신의 일생을 간략히 정리했다. 3,4구에서는 병 속에 있는 술에 와 있는 봄을 마셔서 몸을 덥히고 싶다고 했다. 인생과 우주에 대한 무한한 긍정마저 느껴진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도 기세가 웅위(雄偉)하다. 그런데 그의 졸기(卒記)에 다음과 같이 나온다.

“장령 김종후(金鍾厚)가 졸하였다. …… 영조 때 경학과 품행으로 천거되었고 지금 주상이 즉위하여 경연관으로 누차 불렀으나 나오지 않았다. 항상 명의(名義)를 가지고 스스로 자랑하였었는데, 홍국영(洪國榮)이 축출될 적에 상소하여 보류하기를 요청하면서 몹시 사리에 어긋난 말을 하였으므로 식자들이 그의 창피함을 비웃었다.”

절명시에서 느껴지는 느낌과는 사뭇 다르게 그에 대한 평가는 좋지 않다.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와는 별개로 죽음에 임해서는 세상에 대한 회오(悔悟)와 미련은 찾아 볼 수 없다. 『논어』에 “새가 죽을 때에는 그 울음소리가 슬프고, 사람이 죽을 때에는 그 말이 선한 법이다.[鳥之將死 其鳴也哀 人之將死 其言也善]”라고 한 말이 떠올려진다. 그는 그렇게 생을 마쳤고, 살아온 삶은 그렇게 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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