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까지 물 긷고 불 때야 하리
2. 다루기 힘든 어린 종
어린 종은 송아지보다 더 작고 小僕於小犢
힘은 난쟁이도 이기지 못하네. 力不勝僬僥
산집에선 종아이 일손도 모자라서, 山家乏僮指
하루 동안에 이틀 치 땔감 시키네. 竝日課薪樵
찬바람 불어대는 9월 중에 凄風九月中
숲 거칠고 산길은 멀기만 하네. 林荒山逕遙
사람과 범 서로들 섞여 있는데 人虎兩相雜
게다가 여우와 삵도 뛰어논다네. 况乃狐狸跳
범은 굶주리면 곧 사람도 씹고 虎飢卽噬人
여우도 또 곧잘 요물이 되네. 狐又善爲妖
장부여도 오히려 홀려지는데 壯夫尙迷惑
하물며 너와 같은 애송이쯤이야 矧汝纔童髫
별 뜬 새벽에 숲에 들어섰다가, 侵星入林足
달빛 띠고 산중턱 내려온다네. 帶月下山腰
다만 항상 배부를 수만 있다면 但能常飽飯
허리에 낫을 차고 다니며 흥얼대리. 腰鎌行且謠
솜씨가 충분하다 자랑질하면 要誇功力足
우환을 부를 줄을 어찌 알겠나. 詎知憂患招
저녁 사립문에서 지팡이 기대 倚杖柴門夕
널 생각하는 마음 쓸쓸하구나. 念汝心迢迢
된서리에 나뭇잎이 미끄러우니 霜重木葉滑
네 기운 물색없이 뽐내지 마라. 爾氣莫虛驕
_심익운(沈翼雲), 「나이 어린 종(小僕)」
아무리 노주(奴主)의 처지가 다르다 할지라도 나이 어린 종을 보면 측은한 마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여기 힘이나 쓸 수 있을까 싶은 자그마한 덩치의 아이가 있다. 이런 아이에게까지 일 부리기 미안하지만 일손 하나가 아쉬운 상황이니 어쩔 수 없이 벅찬 일을 시킬 수밖에 없다. 벌써 찬바람이 몰아치는 계절이고 숲마저 무성하게 우거진 탓에 온갖 짐승으로부터 해를 입거나, 아차 하면 호환(虎患)을 당하기 일쑤다. 어른도 감당하기 힘든 외진 곳에서 아이가 새벽부터 저녁까지 종일 일을 한다. 그래도 배만 부르면 유쾌하게 콧노래를 흥얼대고, 주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 더욱 고되고 힘든 일도 모른 척 않는다. 순둥이에 꾀도 부릴 줄 모르는 종아이가 마음이 쓰여 언제 오나 자꾸만 내다보게 된다.
싹수없어 부리기 힘든 종놈을 小僕驕難使
너무도 지나치게 꾸짖었도다. 譴訶稍過當
네 놈이 어리석어 밉상이지만 爾頑雖可惡
내 성품에는 어찌 괜찮겠는가. 我性豈無傷
잠시라도 경중을 파악 못하면 造次失輕重
순식간에 성인과 광인 결판나는데 俄然判聖狂
진헌장(陳獻章)이 남기신 경계의 말에 白沙垂警切
두려운 맘에 일어나 배회하였네. 兢惕起彷徨
_안정복(安鼎福), 「집에 어린 종놈이 하나 있다. 그런데 부리기 어려울 정도로 방자하였다. 하루는 그 놈을 꾸짖느라 마음이 마구 요동치다 뉘우치고서는 이 시를 썼다(家有小僕 驕逸難使 一日誚責 頗動心氣 悔而有作)」
아무리 어린아이지만 천방지축 감당이 되지 않아 치받아 오르는 성질을 누르지 못하고 모질게 야단을 치고 말았다. 그럴 만해서 야단을 쳤다지만 잠깐의 노여움을 참지 못해 성질을 부린 일이 후회스럽다. 화를 낼 때 비로소 그 사람의 진면목이 나오는 법이니 아무리 화가 났어도 정도는 지켰어야 했다. 성인과 광인은 정해진 것이 아니고, 멀쩡한 사람도 순식간에 미치광이가 될 수도 있다. 진헌장(陳獻章)이 인자잠(忍字箴)을 지어 노여움을 참으려 했던 일을 떠올리며 자신을 반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