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명시(絶命詩)-
굴원을 따라서 소요하리라
投絶國兮作孤魂 외딴 섬에 몸을 던져 외로운 혼 되어서는
遺慈母兮隔天倫 어머니 버렸으니 천륜이 막히었네.
遭斯世兮殞余身 이 세상 만나서는 나의 몸 죽을터니,
乘雲氣兮歷帝閽 구름을 타고가서 천제 궁궐 들러보고
從屈原兮高逍遙 굴원을 따라서는 높이 소요 하려 하네.
長夜冥兮何時朝 긴 밤 어둠 어느 때나 아침이 밝아오랴.
炯丹衷兮埋草萊 참된 충심 빛났건만 풀 속에 묻히게 됐네.
堂堂壯志兮中道摧 당당했던 장한 뜻은 도중에 꺾였으니
嗚呼千秋萬歲兮應我哀 아! 많은 세월 흘러도 응당 나를 슬퍼하리.
김정(金淨, 1486∼1521), <임절사(臨絶辭)>
[평설]
1520년 8월 21일에 김정은 제주 적소에 도착했다가, 14개월 뒤 10월 30일에 사사되었다. 신사년 겨울에 도망했다는 죄목이었다. 36살의 짧은 삶을 그렇게 허망하게 마쳤다. 외딴 섬에 유배되어 어머니 옆에서 봉양하지 못했으니 그것이 마음에 걸린다. 구름을 타고 가서 천제의 궁궐도 구경해 보고, 거기에 있을 굴원과 함께 노닐고 싶다.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 답지 않은 호쾌함마저 담고 있다. 여기서 굴원을 언급한 것이 의미 심장하다. 굴원은 자신의 정치(政治) 이상을 실현할 방도가 없음을 통탄하여 멱라수(汨羅水)에 몸을 던져 죽었던 인물이다. 6∼7구에서는 절망적인 언사를 말한다. 긴 밤과 아침을 대비해서 엄혹(嚴酷)한 현실의 답답함을 말하고, 충심이 삿된 세력에 의해 가려져질지도 모를 아쉬움도 함께 담았다. 8∼9구에서는 자신의 뜻을 끝내 이루지 못하고 죽게 되지만 세월이 지나면 자신의 삶을 알아주어 슬퍼해 줄 이들이 있으리라 희망을 담았다.
[작가소개]
김정(金淨, 1486∼1521): 조선 전기 문신. 자는 원충(元沖), 호는 충암(沖菴)이다. 중종이 왕후 신씨(愼氏)를 폐하고 장경왕후(章敬王后)를 옹립한 일을 명분에 어긋난다하여 격렬히 반대하였다. 이후 장경왕후가 죽자 신씨 복위를 극간하다가 유배되었으며, 기묘사화 때 조광조(趙光祖) 일파로 몰려 제주도에 귀양갔다가 그곳에서 이듬해에 사사(賜死)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