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츠카이(豐子愷)의 호생화집(護生畫集) 117

by 박동욱

117.이웃집의 늙은 할멈이 한가히 일이 없어서 해질녘에 코가 흰 돼지를 불러서 돌아가네.

鄰家老婦閑無事,落日呼歸白鼻豚


이웃집에 늙은 할멈 살고 있으니

외로운 혈혈단신 신세였다네.

누가 그녀 위해 적적함 위로해주랴.

한 마리의 흰 코 가진 돼지뿐이었네.

밤이면 할멈의 상 밑에서 자고

낮이면 할멈의 다리 밑에서 졸았네.

갠 날에 친구 찾아 가게 될 때면

비틀대며 앞 마을에 이르러 있네.

늙은 할멈 한바탕 휘파람 불면

돼지가 날뛰면서 사립문에 돌아온다네.

뜻을 아는 것이 개보다도 훨씬 낫고,

말을 이해하는 것이 사람과 같네.

때로는 할멈의 무릎에 앉아

할멈이 어린 손자 안고 있는 것과 같이하네.

웃다가 다시 우는 것이

완연하게 천륜을 펴는 것 같네.

가을에 가물다가 곧장 겨울에 이르니

이해는 흉년이 들게 되었다네.

늙은 할멈 생계에 서툴어서,

음식이 여러차례 떨어졌다네.

땅 임자는 세금을 거두어서,

잠시라도 늦추는 것 용납지 않네.

늙은 할멈 어쩔 수 없어서

돼지 팔아 부자 늙은이에게 주었네.

부자 늙은이 와서 돼지를 끌고 가려하니

돼지는 부서진 네모진 대바구니 속에 숨었네.

늙은 할멈 하늘을 우러러 곡을 하니,

눈물 흘러 가슴에 가득하였네.

그것을 본 이웃집 사람도 모두 시큰해졌으나

부자 늙은이만 귀먹은 듯 하였네.

삼으로 만든 끈으로 돼지 목 묶어

끌고서 다리 동쪽으로 지나서갔네.


  鄰家有老嫗,孑然一孤身,

  誰爲慰孤寂,一匹白鼻豚。

  夜宿嫗床下,晝眠嫗腳根,

  晴日訪友去,蹣跚到前村。

  老嫗一聲嘯,踴躍返柴門,

  會意遠勝狗,解語近似人。

  有時坐嫗膝,如祖抱幼孫,

  哈哈複哮哮,宛如敘天倫。

  秋旱直到冬,是年逢歲凶,

  老嫗生計拙,簞瓢屢屢空。

  地主索租稅,一刻緩不容,

  老嫗無奈何,賣豚與富翁。

  富翁來牽豚,豚匿破笥中,

  老嫗仰天哭,涕淚流滿胸。

  鄰人皆心酸,富翁耳若聾,

  麻繩束豚頸,牽之過橋東。

     (緣緣堂主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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