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이야기_도망치고 싶은 어른의 조용한 다짐
사람들은 종종 어떤 집에 살고 싶은지를 이야기한다.
넓은 거실, 트인 전망, 고요한 동네와 햇살 좋은 창.
나도 한때는 그런 것들을 꿈꿨다.
좋은 곤강이 좋은 삶을 만든다고 믿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나는 안다.
공간이 주는 위로보다,
함께 있는 사람과의 시간에서 오는 안정감이 더 크다는 걸.
내 아내, 토마토는 밝고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다.
늘 긍정적이고, 작은 일에도 잘 웃는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다.
그래서일까.
토마토와 단둘이 보내는 이 시간이,
나에게는 '삶의 가장 큰 낙'이다.
좁은 집도, 답답한 구조도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안에 함께할 수 있는 공간만 있다면
나는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느낀다.
친구들이 그립지도 않고,
누구를 굳이 만나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는다.
그만큼 우리는 서로에게 깊이 몰입해 있다.
토마토와 함께 있을 때의 나는
조급하지 않고, 비교하지 않고,
오롯이 '지금'에 집중할 수 있다.
그게 얼마나 귀한 감정인지,
살면 살수록 더 심감하게 된다.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집은
누군가에겐 그저 평범한 공간일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매일이 소풍 같은 곳이다.
매일이 새롭고, 웃음이 있고,
사소한 대화 하나에도 따뜻함이 있다.
나는 점점 더 확신하게 된다.
결국 집이란 벽과 천장이 아니라,
사람이 만든 온기로 완성된다는 걸.
그래서 오늘도 토마토가 있는 집이라면
어디든 좋다.
지금처럼만 함께할 수 있다면,
그 어떤 집도 나에겐 가장 따뜻한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