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면 토마토가 있다.

#1_그 토마토를 처음 만난 날

by 샤이보이

바야흐로, 4년 전의 어느 날.

그녀는 나에게 그냥 '동생'이었다.

내가 먼저 직장에 괜찮은 사람 없냐며 귀찮게 하던 찰나,

그 동생은 자기가 아는 여자 한 명을 소개해주겠다며 술자리를 주선했다.

그 자리는 그렇게, 셋이 함께한 작은 술자리가 되었다.


술이 한 잔, 두 잔 넘어갈수록

이상하게 내 눈은 소개받은 여자보다 그녀, 그 동생에게 더 가 있었다.

나도 모르게 그녀를 자꾸 바라보게 되었고,

놀랍게도 그녀는 그 시선을 외면하지 않았다.


서로가 제대로 꾸미고 마주한 건, 처음이었다.

이상하게 낯설면서도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

나는 그날 처음, 알고 있던 그녀와 전혀 다른 사람을 봤다.

가벼운 농담도, 웃음소리도, 그리고 그녀가 가진 밝고 따뜻한 에너지도.


소개를 받으러 나갔다가,

그 소개자가 내 인생의 소개가 되어버린 밤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시작됐다.

처음엔 조금 어색한 만남이었고,

'나를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들이 이어였다.


할 것도, 특별한 계획도 없었지만

그저 둘이 함께 있는 시간이 좋았다.

그녀는 나와 있으면 즐겁다고 말해줬고,

나 역시 그 시간들이 잊히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서로의 본모습이 드러났고,

나는 오히려 그 솔직한 모습들에 더 빠져들었다.

유쾌하고 꾸밈없는 그녀.

감정을 숨기지 않는, 꽤 귀엽고 따뜻한 사람.


그때 나는 정말 바빴다.

직장이 삶의 전부였고,

퇴근 후에도 사무실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자고, 다시 일하던 시기였다.


그녀는 그런 나의 현실을 알면서도

한 번도 나를 멀리하지 않았다.

오히려, 주말마다 갈 곳 없는 나를 반겨주고,

혼자 살던 원룸에서 나를 재우고 먹여줬다.


말하자면 나는 '하숙생'이었고,

그녀는 그 누구보다 따뜻한 '하숙집 어주머니'였다

아주 사랑스럽고 예쁜.


그리고 그렇게 함께하던 시간들 사이로,

우리는 조금씩 같은 방향을 꿈꾸기 시작했다.


그 후 나는 회사 발령으로 경기도로 떠나게 됐다.

이야기는 거기서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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