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뒤에 이어진 월요일 같은 화요일. 알람이 세 번 연장되어 울리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간이 되자 꾸역꾸역 일어나 아이를 깨웠다.
아이의 등교 준비를 하다가 아이 옷 하나가 없어진 걸 발견했다. 옷장에도, 옷걸이에도, 아이 방 침대에도 없었다. 스포츠 브랜드의 모자 달린 난방인데, 야구팀 양키즈의 이름이 가슴팍에 쓰여 있는 옷이었다. 아이 옷 치고는 큰맘 먹고 거금을 주고 산 것이었기에 속이 쓰렸다. 분명 덜렁대는 초3 아들이 어딘가에 벗어놓고 잊어버리고 온 것일 터였다.
"야, 홍길동(가명임)! 너 그 옷 어떡했어? 옷이 없잖아!"
"옷? 무슨 옷?"
"그 모자 달리고 영어 쓰여 있는 농구 옷!(이때만 해도 야구팀 이름인지 뭔지 기억이 안 났다)"
"농구 옷? 농구 옷은 어디 있을 텐데? 얼마 전에도 입었잖아?(아들은 농구 그림이 있는 다른 티셔츠를 떠올렸다)"
"학원이나 학교에 벗어놓고 온 거 아니야?"
"그건 벗어놓을 수가 없어. 벗으면 속옷인데 창피해서 그럴 수가 없지."
"아니, 그 옷 말고. 이렇게 이렇게 생기고 팔은 저렇게 저렇게 생긴 옷 말이야!"
"무슨 옷 말하는지 모르겠어. 그런 옷은 없는데?"
나는 냉장고 위에 붙어 있는 메모 패드에 보드마카로 어떤 옷인지 그려서 보여주었다. 내 화를 납득시키기 위해서 그림까지 그리며 설명하자니 더욱 약이 올랐다.
"아아, 야구 옷! 그 옷 없어? 옷걸이에 걸려 있을 텐데..."
함께 확인하러 간 옷장에는 옷이 없었고, 나는 아이에게 왈칵 짜증을 쏟아냈다. 아무리 옷이 없어져도 아침부터 이러지 말아야지, 하고 머리로는 생각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아들은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나가면서 "옷 잃어버려서 미안해"라고 순진하고 착한 말투로 사과를 하면서 갔다.
'아...." 뒤늦은 자각이 몰려왔다. 정말 나는 세상 성질 나쁜 엄마다.
비싼 옷이라 아깝긴 했지만, 사실 나도 덜렁거리며 물건을 잃어버리는 일이 많지 않은가. 내가 잃어버렸을 때는 한동안 속 쓰려하고 말면서, 아들이 옷 하나 잃어버렸다고 쥐 잡듯이 몰아세우다니. 아, 물론 전에도 백화점에서 진짜 눈물 머금고 산 간절기 점퍼를 잃...어버리긴 했지만, 10세 미만 어린이의 분실에는 어른의 부주의에도 책임이 있을 것이다. 오늘 입고 간 옷을 다시 입고 들어왔는지 확인해야 할 의무가 엄마에게 있는 것이다. 아무튼 오늘 아침의 나는 꽤 나빴다.
요즘 내게 좋은 마음이 없어서 그렇다.
기분이 좋고 상쾌하고 무언가 잘 될 것 같고 열심히 하고 싶은 그런 기분.
콧노래를 흥얼거리게 되는 그런 기분.
그런 기분이 통 들지 않는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언짢은 마음이 자동으로 든다.
몸도 마음도 개운하지가 않고 재미있는 일도 없고, 어제 같은 오늘이 또 반복될 것 같은 지루한 기분만 가득하다. 이런 시기에는 잠도 깊게 못 자는지, 불안한 꿈을 꾸다가 새벽에 깨는 일도 잦다.
내게 새로운 도전이 필요한 것인가 고민 중이다. 에너지가 조금 남는데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흥분시키고 설레게 하는, 새로운 일이 필요한 것 같다.
아무튼 오늘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들에게는 억지로라도 좋은 마음을 내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