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1. 냉장고는 왜 자꾸 열리는가

ㅡ 조건의 부재, 부재의 조건

by 사피엔





미희의 원룸은 부엌과 방의 구분이 희미했다.

현관에서 곧장 침대가 보였고,

침대에서 고개를 조금만 들면 싱크대 위의 컵이 보였다.


남자는 무릎이 나온 바지를

엉덩이에 걸친 채 냉장고 앞에 서 있었다.

바지는 흘러 내리기 직전이었고,

허리는 한 번도 정확한 위치를 찾지 못했다.


그는 냉장고 문을 열었다가 닫았다.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그때마다 옆집에서 기침 소리가 났다.


컥.

잠깐의 정적.

컥컥.


남자는 냉장고 안을 다시 들여다보며 말했다.



“먹을 게 이것밖에 없네.”



미희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지 않는 게 습관이 된 지 오래였다.


냉장고 문이 다시 열렸다.

기침도 다시 났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문이 열릴 때 기침이 났고

문이 닫히면 기침도 멎었다.


남자는 반쯤 남은 반찬통을 꺼내 들고,

뚜껑을 열었다가 냄새를 맡고,

다시 넣었다.


“이건 좀 시었는데?”


그 말이 끝나자마자

옆집에서 다시 기침이 터졌다.


컥.


미희는 그 소리를 시계처럼 들었다.

지금이 몇 시쯤이겠거니,

냉장고 문은 몇 번 열렸는지를

기준으로 시간을 가늠했다.


남자는 결국 계란을 꺼냈다.

계란판을 통째로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마치 선택을 미루듯.


그 사이 냉장고 문은 또 한 번 열렸다.

기침도 따라왔다.


미희는 생각했다.

이 남자가 이 집에 있는 이유와

옆집 남자가 하루 종일 기침을 하는 이유는

아마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둘 다

여기서 나갈 생각이 없다는 점에서.


남자는 계란을 들고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거 먹어도 되지?”


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허락이라기보다는,

그냥 동작에 가까운 움직임이었다.


프라이팬에 기름이 올려지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 위로

옆집의 기침이 한 번 더 겹쳤다.


컥.


옆집 남자의 기침은 이 집 냉장고 문을

감시하듯 정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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