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직면 한다는 것

by 이동훈

사람이 태어나서 인생을 살아가는 데는 분명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고 한다면 ‘나’의 존재를 아는 것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란 말도 있듯이, 나를 아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내가 무엇을 잘하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자세히 알며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계획하거나 현재에 초점을 맞춰 행동한다면 가느다란 해답이라도 우리 눈에 띄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줄 것이다.

어젯밤에 꾼 꿈에서 중학교 동창들을 만났다. 지금은 연락이 되질 않지만, 나의 청소년기에 한 때 학교를 같이 다닌 친구들이었다. 그들과의 추억을 돌이켜보면,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도 있고 간직하고 싶은 기억도 있다. 특히, 별것도 아닌 이유로 친구와 치고 박고 싸웠던 일은 지우고 싶다. 누가 잘못을 했건간에, 지금의 시점에서 돌아보면 정말 가당치도 않은 이유로 싸웠는데 그때 당시에는 그 문제가 참 커보였다. 누가 누구를 좋아하고, 누가 누구에게 고백하고, 그래서 그 결과 누가 누구랑 사귀는 뭐 그런 문제들 말이다.


만약 우리에게 시간을 되돌려주는 타임머신이 존재한다고 가정해보면, 그것을 이용해 과거로 되돌아갈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어떤 사람은 자신의 과거가 끔찍해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반면에 또 어떤 사람은 행복했던 유년기와 청소년기 때문에 그때로 다시 되돌아 가고 싶다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제각기 자신이 지닌 기억에 따라 과거로 돌아갈지, 돌아갈지 말지의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과거라는 기억을 마음에 품고 살아간다. 그 기억에 따라 현재에 영향을 미쳐 지금의 내가 되었을 수도 있고, 그 기억들에서 벗어나 보다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과거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 더 나은 삶으로 이어질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하기도 하고, 그게 아니면 영영 지워지지 않는 과거의 늪에서 후회와 통탄을 하며 하루하루를 눈물로 보낼 수도 있다. 많은 우울증 환자들과 정신질환자들은 과거에 매여 현재를 살아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부정적인 반추가 그들의 삶을 일시정지 시키는 것이다.


만약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게 있다면, 그것은 구원과 사랑일 것이다. 구원은 반드시 종교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마음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잘 들어보면 알 수 있다. 우리의 마음이 끌리고 이끄는 방향대로 삶을 살아가는 것, 우리의 보다 근원적인 목소리와 마주함으로써 우리의 꿈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말이다. 처음에는 어려울 수도 있다. 마음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준비가 되어야 한다. 무거운 짐을 지운 상태를 잠시 내려놓고, 수면 아래로 잠수를 해야한다. 이것은 나와의 직면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즐거운 일만 생긴다면 얼마나 좋을까. 화수분처럼 돈이 샘솟고, 하늘에서는 맛있는 음식들이 빗방울처럼 떨어지며, 친구들과의 관계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면 인생이 참으로 편할 것이다. 하지만 인생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분명 어떤 문제들이 생겨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성장해 나간다. 이때 우리의 마음이 끌리는 대로, 우리의 마음이 바라는 대로 선택을 내려 보다 더 깊은 나를 만나는 게 필요할 때가 있다. ‘나’와 직면함으로써, 성장하고 느끼고 변하며 한 발자국 나아가는 법을 알게 되는 것. 내면과의 소통은 삶의 이정표이자 나침반이 되어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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