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민、코스모폴리탄

by 이동훈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면, 루이스 캐럴의 동화를 떠올리며 ‘앨리스’가 되는 상상을 해보곤 한다. 여행은 우리에게 새로운 자극과 즐거움을 준다. 자국에서는 한번도 접해보지 못했던 음식을 맛보고, 이국적인 광경을 바라보며 한껏 향수에 취한다. 지역과 문화, 인종은 다를지언정 우리는 다양한 사람들과 근본적인 속성을 공유하고 있다. 인간이라는 점, 사회를 이룬다는 점, 저마다의 삶에서 즐거움을 찾으며 살아간다는 점들 말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안녕이란 인사말을 건네며 눈인사를 통해 새로운 인연의 씨앗이 뿌려지는 것을 보면 가끔은 신기하기도 하다. 이역만리 먼 타국에서 어떤 재밌는 일이 우리를 기다릴까 상상하는 것도 재미있다.

새로운 삶과의 조우는 우리에게 인식의 지평선을 넓혀준다. 받아들이던 것만 받아들이고, 생각하던대로만 늘 생각하면 제자리를 벗어나질 못한다. 하지만 가끔씩 새로운 지역에 가서 새로운 문화와 마주하다 보면 우리는 한 단계 나은 존재로 변모한다. 내가 알고 있던 세상 이외에도 땅은 넓고, 다른 나라에도 바다와 하늘이 크고 푸르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새삼 세계 인류의 한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다.


극장에서 해외 각지로부터 수입된 영화를 감상하는 것에서부터, 펜팔이나 sns로 이국의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처럼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기회는 참으로 다양하다. 먼 시간이 지나 미래의 시점에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분명 지금보다 더 단일하고 연결된 세계공동체를 살아갈 것이다. 비행기의 발달로 다른 나라에 가는 것은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을 수 있고, 회사에서 부여하는 출장이란 개념은 세계 각지의 위치한 중심가들을 보다 짧은 거리로 축소시켜 놓을 확률이 높다.


전쟁의 위협이 중동과 러시아에서 벌어져 이 시점에서도 많은 민간인들이 희생되고 있다. 누군가는 여행을 떠나고 관광지에서 사진을 찍고 있을 때, 또 다른 어딘가에서는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도록 설계된 운명 공동체이다. 전지구적인 위기 앞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세계의 흐름 속에서 우리의 행동과 선택 하나하나가 미래에 큰 변화를 낳을 것이다. 지구촌의 삶이 더욱 긴밀해질수록 구성원들의 책임감과 사랑은 우리에게 앞으로 취해야 할 행동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


비록 다른 지역이라고 할지라도, 우리는 본질적으로 하나다. 기쁨이 슬픔으로 전락하고, 추억이 사라져 각박한 세상이 되었을지라도 우리는 세계를 살려낼 필요가 존재한다. 한때 세계를 뒤흔든 이념들이 있었고, 그 속에서 수많은 민중이 혼란을 겪었다. 올림픽과 세계 종교는 지구에서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결국 이 세계는 나와 상관없는 곳이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방식과 선택이 곧 이 세계의 일부가 되는 그런 곳이다. 우리는 선택을 내려야 한다. 하나가 되어 더 많은 이들과 공유될 것인지, 아니면 고립된 채로 홀로 살아갈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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