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이라는 성장의 시간

by 이동훈

사람은 각자 인생의 주기에 따라 겪는 경험이 다르다. 에릭 에릭슨은 이를 생애주기로 설명한다. 생애 시기마다 인간이 겪어야 할 경험들이 전부 다르다는 것이다. 혹자는 아마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사람마다 정말 피어나는 시기가 다른 것일까?’ 흔들림 없이 피는 꽃은 없다. 시기가 이르러야 벼를 수확한다.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일들은 인내와 고통을 필요로 한다.

타인의 삶을 살아보지 않곤, 그 사람의 삶을 논할 수 없다. 그 사람이 현재라는 시점에 이르기까지 겪은 다양한 경험과 환경들은 그에게 깨달음과 배움을 주기 위해 마련된 무대 위의 장치에 해당한다. 누에고치에서 나비가 되듯, 그가 겪은 모순은 더 나은 자신을 위한 일시적인 시련이었을지도 모른다. 스피노자가 렌즈 세공술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도스토옙스키가 원고료를 받아 근근히 살아갔던 것처럼 각자의 인생 경험들은 나중을 위한 초석을 마련해준다. 위기를 잘 견디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왜 인생에서 꽃이 피는 시기가 오질 않냐며 투정을 부리는 경우가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일이 풀리지 않는 것만 같고, 아무리 부딪쳐봐도 별다른 해답이 나오지 않는 것 같이 느껴지는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잠시 쉬어가야 한다. 지금까지 수행하던 일들을 잠시 멈추고 머리를 식혀야 한다. 심신의 조화가 어우러질 때 일의 능률도 오르는 법이다. 무작정 열심히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다 적절한 때와 시기가 필요하다. 객관적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관찰함으로써, 쉬어갈 시기를 알아야 한다. 사주 명리학에서는 이를 십이운성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조선 시대의 국왕들은 통치를 위해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 조반을 든 후, 공부를 했다. 밀린 업무를 돌보고 신하들의 조언을 들으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운동이나 체력에 투자할 시간이 부족해 허약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세종대왕은 당뇨병을 앓았다. 훈민정음 창제와 조선에 길이 남을 업적들을 세웠지만 자신의 몸을 돌보지 못했다. 결국 건강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던 왕이었다. 세종대왕이 5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일에 치이며 살아간 것으로 추정이 된다. 이는 일과 쉼의 균형을 고민하게 해주는 사례에 해당한다.


사람은 쉬어갈 땐 쉬어가야 하고, 나아갈 때는 나아가야 한다. 몸이 건강하지 못할 때는 운동을 통해 체력을 다져놓아야 하고, 정신이 온전하지 못할 때는 일에 집중하기보다는 쉼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무리해서 사업을 진행하거나 계획을 실행하는데 지나치게 몰두한다면 모든 것을 그르칠 수가 있다. ‘워라밸’이란 말이 떠오르는 요즘의 화두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너무 넘치지도 않게, 너무 부족하지 않게 중용을 유지하는 것. 컴퓨터의 ON-OFF기능처럼, 언제든지 노력의 전원을 꺼두어야 할 때는 꺼둘 필요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세상은 균형에 의해 돌아가는 법이기 때문이다.


혹시 당신은 지금, 너무 오래 달려오지는 않았는가? 모든 꽃은 자기만의 철을 기다린다. 그 철을 알아차릴 줄 아는 사람만이, 피어날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 호흡이 너무나 가팔라 몸의 고통을 참아가면서까지 인생을 달려나가는 이들에게 제안하고 싶다. 잠시 쉬어도 좋다고, 잠시 각박하고 치열한 세상에서 벗어나 주변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인사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이 어떻냐고 말이다. 이는 분명 잊고 지내던 삶의 기쁨과 평안함을 되살려, 인생의 수확을 더욱 아름답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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