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이별을 위한 애도에 대하여

by 이동훈

사랑이 깨지면 가슴이 아프다. 되돌리고 싶어 상대를 붙잡아 보기도 하고, 나를 왜 버리고 갔냐며 목놓아 울기도 한다. 이별의 끝이 어떻느냐에 따라 상대방과 내가 맺었던 인연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웠던지’의 여부가 결정이 된다. 추하게 헤어지면 추한 모습을 남긴다. 반면에 ‘낙화’라는 시의 한 구절처럼 이별을 알고 떠나는 이의 뒷모습이 아름다울 수도 있다. 내가 처한 상황과 인연의 모습에 따라 우리는 각기 다른 헤어짐을 마주한다.


이별에 대처하는 과정은 ‘애도’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흔히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슬퍼하는 단어로 애도가 정의되지만, 이별과 상실이라는 넓은 범위에도 사용할 수 있는 말이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박사는 애도의 과정을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의 과정이라는 5단계 모형으로 표현한다. 이 단계들은 반드시 순차적으로 일어난다기보다 여러 과정이 겹쳐서 동시에 나타날 수도 있고, 때로는 한 단계를 건너뛰고 발생하기도 한다. 사람의 마음은 복잡다단하고 이별에 대처하는 개인의 양상이 모두 제각각인 까닭에 애도의 과정 역시 다양하다.


애도의 과정에서 처음은 ‘부정과 분노’로 시작한다. 상대방과 나와의 인연이 끝났음을 알아차리고, 이제 더는 상대방이 내 수중에 없음을 아는 단계이다. 처음에는 무척 고통스럽다. 늘 전화하던 대상이 이제 전화를 할 수 없게 되고, 가슴 한편으로는 먹먹함이 전해져 온다. 이별과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은 나에게 펼쳐지는 상황이 더는 전과 같지 않다는 걸 직시한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현실을 마주해야 하는 고통의 단계이다.


그 이후 타협을 통해 후회나 죄책감 같은 여러 감정을 느끼고, 최종적으로 ‘수용’이라는 과정에 도달하면 우리는 슬픔과 함께 마주하며 살아가는 과정을 배우게 된다. 내게 일어났던 일을 부정하기보다는 받아들이고 너그러이 품어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으로서 이별을 바라보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이 과정에서 일종의 성장감을 느낀다. 나를 고통스럽게 했던 상처를 이겨내 더 큰 ‘나’를 마주하며 타인과의 인연을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좋든 싫든,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법이기에 우리는 목적지를 알고 질주하는 기차에 탄 것과 비슷하다. 언젠가 종착지에 도착할 때까지 정거장 하나하나를 경유하고, 그 과정에서 여러 경험을 하며 성장해 나간다. 사랑하는 가족, 연인, 친구와 같은 깊은 관계는 우리에게 희노애락의 순간들을 가르쳐준다. 이는 꽃이 피고 지며, 계절이 변화하는 현상처럼 우리의 삶과 맞물려 돌아가는 이치라고 볼 수 있다.


분명 상실이라는 과정 이후에도 삶을 재구성하고 의미 있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정신적인 성숙함이 필요할 것이다. 모든 일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세상에는 천 가지, 만 가지 이별이 존재하듯 그 양상도 무척 다르고 다양하다. 중요한 점은 이별을 어떻게 마주하느냐에 따라 그 이후 마주할 우리의 모습이 판이하게 바뀐다는 사실이다. 사람은 경험을 통해 성장한다. 그 경험은 우리가 슬픔을 애도하며, 하루하루 묵묵히 나아갈 때 더 깊은 삶을 위한 문턱이 되어줄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춤을 사랑하는 이가 올리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