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이들을 위한 변화의 목소리

by 이동훈

우리의 기억은 때로 과거를 미화한다. 잿빛 같던 삶의 국면을 ‘그럭저럭 버틸만 했다고’ 위로하기도 하고, 때로는 1만큼 분노했던 일을 10의 강도로 반추하며 이불킥을 시전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은 현재라는 시점에서 과거를 발판 삼아 미래를 준비한다. 느끼고 경험하고 마주했던 일들이 삶의 곳곳에 영향을 준다.

어떤 사람은 아무렇지 않은 듯 과거를 훌훌 털어내고 앞으로 나아간다. 반면에 어떤 사람은 과거에 발목 잡혀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털썩 주저앉는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두 가지 유형은 어려움에 빠진 이들이 대처하는 방식을 나타낸다. 제각기 사람마다 마음의 상처가 지속되는 시간은 다른 법이다. 상처에 연고를 바르면 새살이 돋아나듯, 마음도 빠르게 회복이 되면 좋겠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은 듯 보인다.


사소한 말 한마디가, 무심한 눈초리 한번이 사람을 병들게 만든다. 혹자는 말한다. 그냥 훌훌 털어내면 되는 문제 아니냐고. 하지만 어떤 사람은 과거의 상처로 인해 쉽게 벗어날 수 없는 덫에 빠진 기분을 느낀다. 아무리 이 상황에서 빠져나가려 노력해봐도 결국 제자리걸음인 상황을 맞이하는 것이다.


사회가 마음에 깊은 상흔을 지닌 사람들을 포용하지 못한다면, 그들은 낙동강 오리알처럼 사회로부터 완전히 배제될 가능성이 존재하고 만다. 그들을 둘러싼 주변 환경은 아마 저 사람이 나약할 것이라고, 어딘가 문제가 있을 것이라며 쉽게 단정 짓고 낙인을 찍는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갈등이 깊어진 결과, 세대 간의 갈등, 급증하는 ‘쉬었음’ 청년, 남녀갈등까지 다양한 범위의 문제들이 우리 주변에 만연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들이 쌓이고 쌓여 언젠가 폭발하면, 뒤늦게나마 사회는 이를 자각하고 공론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그리고 그것을 바꾸기 위한 대책을 세우며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곁들인다. 시민 단체의 협조, 정부와 공공기관의 정책 변경, 기업들의 후원까지 여러 범위에 걸쳐 발생한 국면들을 봉합하려 하지만, 골든타임을 놓쳐버리면 문제는 쉬이 해결되질 않는다.


변화는 작은 발자취에서 시작되는 법이다. 한 개의 성냥개비로 광활한 숲 전체를 불태우는 것이 가능하듯, 작은 문제를 놓치지 않고 적절히 파악해서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은 어떤 분기점에 이른 듯 보인다. 이럴 때일수록 따뜻함과 배려를 위한 ‘공동체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즉, 가슴 속 상처를 지닌 이들에게 경멸과 조소가 아닌 따뜻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볼 때, 조그만 빛이 유리 틈새로 들어오듯 문제는 천천히 해결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마음의 상처로 방황하는 이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는 중요한 사회적 문제에 해당한다. 사회가 어떤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대하느냐에 따라, 당면한 문제가 영원히 풀리지 않는 매듭이 될지, 조속히 해결이 가능한 일시적인 문제로 여겨질지 선택지가 나뉠 것이다. 사회가 호락호락하진 않겠지만, ‘동행’을 조성하는 인식의 전환이 동반된다면 여전히 희망은 존재하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유대감’이란 커다란 길로 나아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단단한 끈이 되어주리라 믿어보며 글을 맺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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