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브란트, 유대인 신부,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에서
열흘 내내 딱딱한 빵조각을 유일한 음식으로 삼았지만, 이 그림 앞에 앉아 머물 수 있었기 때문에 인생의 10년은 행복할 것이다.
by 빈센트 반 고흐
빈센트 반 고흐가 암스테르담 미술관 개관 당시, 스탕달 신드롬을 느꼈다는 이 그림, 렘브란트의 <유대인 신부, 1665-1669> 앞에 서봤다.
스탕달 신드롬이란, 아름답고 위대한 예술작품 앞에서 느끼는 일종의 흥분상태를 말한다. 19세기 프랑스의 작가 스탕달이 <나폴리와 피렌체-밀라노에서 레조까지의 여행>에서 피렌체 크로제 성당을 나오는 순간, 심장이 뛰고 영혼이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썼는데 그것이 스탕달 신드롬의 원형이다.
렘브란트의 그림 앞에서 발이 굳어 자리를 뜰 수 없었다는 고흐가 그때의 경험을 이렇게 회고한 적 있다.
열흘 내내 딱딱한 빵조각을 유일한 음식으로 삼았지만, 이 그림 앞에 앉아 머물 수 있었기 때문에 인생의 10년은 행복할 것이다.
1855년에 이 그림을 직접 본 고흐는 그로부터 5년 뒤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서 짧은 생을 마감했다. 패기 넘치는 그 젊은 예술가의 바람과는 달리 10년이 채 되기도 전이었다.
이 그림의 주문자가 누군지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지만, 성경에 나오는 이삭과 레베카가 모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성경의 인물들 중에 인생의 부침 없이 큰 축복을 받았던 이삭, 그리고 그가 진심으로 사랑한 여인 레베카! 두 인물의 표정과 옷감 마디마디에서 느껴지는 섬세한 붓터치가 경이롭다. 무엇보다 화면 전체로 새어 나오는 황금빛과 주홍빛의 조화가 너무나 강렬해 나도 이 그림 앞에서 한참이나 머물렀다. 스탕달 신드롬까지는 아니었지만, 화가들의 영혼을 생각해보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