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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사라 Sarah LYU Nov 23. 2022

자타공인 루저, 미국이 열광하는 작가 되다

천박함의 미학 - 찰스 부코스키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호색한, 주정뱅이, 경마 도박꾼, 망나니, 노름꾼, 게으름뱅이에 설상가상으로 시인이었다. 우체국에서 일했던 그는 월급을 받으면 술퍼마시는데 써버렸다. 남은 돈 역시 도박으로 날렸다.


우체국에서 일하기 전에는 평생 하급 노동자로 살아왔다. 사회 밑바닥을 훑으며 온갖 힘들고 더러운 일을 했었다.


그런 그에게도 꿈은 있었다. 어릴 적부터 문학서적을 탐독하며 작가가 되기를 꿈꿔왔던 것이다. 그는 출판사와 잡지사에 원고를 숱하게 많이 보냈으나 번번이 외면당했다. 오랜 시도에도 불구하고 어느 누구도 그에게 관심을 두는 이 없었다.


밤이면 타자기 앞에 앉아 머리를 쥐어뜯으며 ‘글’이라는 것을 써보았으나, 술에 취해 그대로 마룻바닥에 고꾸라져 다음날 아침을 맞기 일쑤였다. 그는 점점 술과 마약 도박 매춘에 빠져 30년이라는 세월을 비틀거리며 무의미하게 그냥 보냈다.


그러던 그가 50세가 되었을 때였다. 웬일인지 어느 작은 독립출판사 사장이 그에게 흥미를 보였다. 그리고 내기를 했다.


“당신, 전업작가로서 매일 글을 쓴다면 평생 동안 매달 100 달러씩 지급하겠소. 어떻소?”


출판사 사장은 그에게 큰 계약금이나 높은 판매 부수를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술주정뱅이 ‘루저’에게 야릇하게 끌린 나머지 모험을 해보기로 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겠군요.
우체국에 남아서 미쳐버리거나,
나가서 작가 놀이를 하며 굶거나.
나는 굶는 쪽으로 결정했습니다.”


사실, 어차피 잦은 결근과 지각으로 우체국에서도 잘리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는 우체국을 때려치우고 그 길로 미친 듯이 글을 써, 불과 3주 만에 첫 장편 소설을 완성했다.


제목은 그냥 “우체국(Post Office)”이었고, 헌정사는 “이 책을 아무에게도 바치지 않습니다”라고 당돌하고 무심하게 내걸었다. 그의 작품은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리고 그는 영화에서나 일어날 법한 성공을 거머쥐었다.


그의 이름은 찰스 부코스키 (Charles Bukowski)이다.




그의 성공은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했는데, 특히 본인이 제일 놀랐다. 그의 책은 시간이 갈수록 날개 돋친 듯 팔리고 명성은 하늘을 찔렀다.


그가 성공한 건, 소위 말하는 ‘인기인’ ‘성공한 사람’ ‘위너’가 되려는 열망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자기 자신이 ‘루저’ 임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숨김없이 대중에게 드러내었기 때문이었다.


기존 작가들이 고상하고 위대하고 섬세하게 인간의 영혼을 묘사하며, 이국의 휴양지나 고급 대저택을 배경으로 작품을 구상할 때 그는 인생을 노골적인 비천함 속에 던져놓고, 거칠고, 하찮고, 비루하고, 저속하고, 천박하고 음란하고 상스러운 것을 표현했다.


그것이 종종 부도덕할지언정, 실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그. 것!”, 모든 사람에게 100% 해당되며 안 하고는 못 사는 필수적인 일임에도 언급을 꺼리는 바로 “그. 것!”을 노래한다.


“내게 별다른 야망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야망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자리도 있어야 한다. …중략…
도대체 어떤 빌어먹을 인간이 자명종 소리에 새벽 여섯 시 반에 깨어나, 침대에서 뛰쳐나오고, 옷을 입고, 억지로 밥을 먹고, 똥을 싸고, 오줌을 누고, 이를 닦고, 머리를 빗고, 본질적으로 누군가에게 더 많은 돈을 벌게 해주는 장소로 가기 위해 교통지옥과 싸우고,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해야 하는 그런 삶을 기꺼이 받아들인단 말인가?”  <팩토텀> 중에서…




어린 시절의 그는 가정폭력, 부조리, 노동착취, 집단 따돌림, 애정결핍에 고통받던 이민자 꼬마였다. 그의 작품 속에 그의 분신인 치나스키 군은 그 어떤 위대한 소설 속 인물과 견주어도 전혀 꿀리지 않는 포스를 지녔다.


“치나스키 군은 모든 것에 반항하죠. 어떻게 살아남을 건가요?”
“모르겠네요. 벌써 지쳐서.” - <호밀빵 햄 샌드위치> 중에서...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바닥까지 태연하게 털어놓음으로 친밀감을 트고, 그 어떤 동정도 자비도 찬양도 바라지 않았다.


또한 그의 작품에는 똥, 섹스, 도박, 술이 단골로 등장한다. 그중에 ‘똥 싸는 모습’은 모든 작품에 반드시 나오는데, 따뜻하고 재미있고 솔직하고 친밀하고 연민을 불러일으키기까지 한다.


성공한 후에도 그는 여전히 술과 도박을 즐겼으며, 강연장에는 술취한 채 나타나 사람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한번은, 세익스피어를 싫어한다는 그의 발언에 어떤 사람이 그 발언은 청소년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비판의 편지를 보냈다. 그러나 부코스키는 되레 “좆까! 난 톨스토이도 싫어해!" 라는 답장을 보낸 웃지 못할 일화도 전해진다.


위대한 아웃사이더, 대중이 열광하는 언더그라운드의 제왕, 밑바닥 사회의 히어로, 천박함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전설 그 자체인 찰스 부코스키는 자신의 무덤의 묘비에 이렇게 적었다.

“Don’t try! (애쓰지 마!)”




몇 가지 질문을 해보자.

-현실과 동떨어진 형이상학적이고 철학적인 책은 과연 인간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가?
-교양 있으면서 동시에 적나라한 유머가 가능한가?
-모범적이고 고상하고 정돈된 것은 언제나 탈선적이고 저열하고 정돈되지 않은 것보다 더 고차원인가?
-삶이란 정말 아름다운 것인가?
-섹스나 똥과 같은 주제는 천박하고 상스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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