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윤정 Oct 29. 2022

쉼, 그리고

마치며

지난 두 해의 삶을 돌아보니, 쉼의 시간이었는가 묻게 된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느라 내 삶은 여전히 바쁘고 고단했다. 밭을 가꾸고, 집을 짓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여행을 하고, 배우고, 가르치고…  내게 쉼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멈추어 선 것이 아니라, 내게 주어진 틀을 깨고 나와 세상과 삶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런 틀 밖에 나서 새로움을 추구하며 내 삶을 정의하고 내 삶의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내 삶에서 덜어낼 것과 더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이다.


직장에 다닐 때 누군가를 만나면 어느 기관, 어느 부서에서 무슨 직책으로 일하는 아무개라고 소개한다. 내 삶의 정의가 내가 속한 곳, 그 틀 안에서 내게 주어진 명함으로 내려진 것이다. 하지만, 그 틀에서 나온 후 나는 스스로 내 삶을 정의해야 했다. 그렇게 나는 ‘짓는다는 것’을 쓰며, 내 삶을 ‘짓고, 나누고, 즐기는 삶’으로 정의했다. 

반복되는 파도에 쫓겨 모래사장을 종종거리는 ‘도요새’를 바라보며 나 자신을 보았고 광활한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사다새처럼 날고 싶었다. 주어진 명령과 요구에 복종하며 살던 삶에서 스스로 주인이 되기 힘든  시간, ‘꽃보다 사람’을 쓰며 스스로 다독였다. 오랜 세월 동안 묻혀 되찾기 힘든 모습과 꿈을 되살리고자 ‘철새의 속삭임’을 들으며 다짐을 하기도 했다. 

틀 안에서 주어진 목적지만을 보며 바삐 달리던 삶에서 멈추어서자, 비로소 스쳐 지나가기만 했던 것들이 내 눈에 들어왔다. 바닷가에 쓸려온 한 고래의 주검 사진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애도’를 했고, 대학으로 떠나가는 아이에게 ‘빨래’하는 법을 가르칠 여유도 가질 수 있었다. 한 어린 소녀가 들고 선 푯말을 보고 그들이 살아가야 할 환경을 얼마나 지각없이 파괴하며 살아왔는지, ‘당신 아니면 누가?’를 쓰며 돌이켜 보았다.

한편으론, 시간이 없어 시도해 보지 못했던 것도 시작할 수 있었다. ‘사진 수업’과 ‘작가 수업’은 그 산물이다. 이 수업들을 통해 나는 경제적 효율성만을 추구해왔던 삶에서 다른 방식으로 보고, 읽고, 사색하며 산출하는 것을 연습 중이다. 홀로 자유로이, 오래 떠난 여행도 내 삶의 새로운 시도였다. 직장생활을 하며 홀로 출장으로 여행길에 오른 적은 있어도 홀로 한 달여 동안 집을 떠나 지내기는 처음이었다.

또한, 자연을 통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운다. 다람쥐에게서 집요함을 배우며 ‘다람쥐와 새 모이’를 썼고, 둥근 수박을 바라보며 ‘수박이 둥글어야 하는 이유’를 생각하며 놀라운 신의 섭리를 다시 상기했다. 잃어버린 어린 시절 보물상자를 찾은 듯한 기쁨을 ‘별꽃 나물과 쑥떡’에 담았다.

어린 시절 읽은 고전을 다시 읽기도 했다.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를 다시 읽으며 ‘곡선의 시간’을 생각하고,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읽고 ‘어린 사자의 꿈’을 그리고,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고 나 자신에 이르는 길에 대해 고민했다.

(창을 통해 본 가을 풍경)

                                                 

한 공간 속에서 틀은 세상을 바라보는 풍경을 지배한다. 그 공간 밖에 나서면 다른 풍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찾아 나 만의 창틀을 만들어 보려 새집엔 나무의 풍경이 담긴 커다란 창들을 넣었다. 초록이 무성하던 여름이 가고 가을이 깊어지며 자연의 온갖 색이 더해져 창에 담긴 풍경이 더욱 아름다워지고 있다.  그 오묘한 색의 다채로움에 감탄하며, 모든 색의 근원엔  청록, 진홍, 노란색 (Cyan, Magenta & Yellow: CMY)이 있음을, 삶의 모든 틀에도 그러한 근원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20세기 현재와 같은 암울한 시기를 이끌었던 루스벨트 대통령은 그 삶의 세 근원을 이렇게 표현했다. “성공적인 인생을 위해서는 3F, 곧 믿음, 가족, 미래 (Faith, Family, Future)가 필요하다.” 서른아홉의 나이에 불구가 되고도 미국의 대통령이 되고,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4선 대통령이 된 그의 삶엔 그가 절망했을 때 그를 일으켜 세우고 곁을 지킨 그의 아내 엘리너가 있었다. 그가 말한 3F는 결국 믿음, 사랑, 소망의 다른 표현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기억한다. “이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고. 

작가의 이전글 홀로 떠난 여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