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대해서 1

by 김주부

언젠가 철수가 그랬다. 자기가 책을 쓰면 정말 잘 팔릴 거라고.

책이라고는 초등학교 졸업한 후로 교과서 제외 읽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 대체 무슨 책을 쓴다는 건가? 영희는 의아했다.


철수의 설명에 따르면 자기가 쓰고자 하는 책은 자기 일 관련책인데 기술자들이 보게 될 책이다. 보통 그런 책은 전문가나 교수등 공부를 너무 많이 한 사람들이 쓰게 되는데 그럴 경우 그 사람들과 책을 읽는 사람 간에 차이가 너무 커서 저자는 당연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넘어가는 부분에서 독자들은 헤매게 된다고 했다. 자기가 글을 쓰면 철저하게 독자의 입장에서 한 점도 빼지 않고 다 알려주는 그런 책을 쓰고 싶다고 했다.


영희는 40대 후반부터 역시 나이는 못 속인다거나 늙은 태가 난다고 수시로 푸념을 하기는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아직은 그렇게 티가 나지는 않을 거라고 내심 믿으며 지내왔다. 하지만 이제 50 중반도 넘어가니 스스로도 노화를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게다가 매년 받는 건강검진 결과서는 매번 아슬아슬하고 실제로 한두 번은 심각한 문제가 생기기도 했었다. 늙는 게 이런 건가? 싶고 제발 건강한 노년을 보내고 싶다는 간절함까지 생겼다. 그래서 영희는 요사이 건강 관련 책을 많이 읽는다. 뭐든 행동하기 전에 책부터 읽는 습관이 있는 영희다운 일이다. 다른 이는 당장 운동화 신고 나가 뛰는 걸로 시작하기도 할 텐데 영희는 왜 뛰어야 하는지 어떻게 얼마나 뛰어야 하는지 책을 읽고 공부부터 한다. 그게 영희다.


책도 유행이 있고 건강이슈도 유행이 있다. 요사이는 무조건 혈당이다. 다이어트도 혈당다이어트고 다이어트약도 원래는 당뇨약으로 개발된 위고비가 인기다.


영희는 책을 여러 권 읽다 보니 철수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건강책을 쓰는 사람들은 대체로 의사들이고 그중에서도 연구를 많이 한 사람들이다 보니 이들과 일반인 사이의 간극이 있었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우리 몸에는 약 5리터의 피가 들어있단다. 1.5리터 페트병 3병 정도겠다. 그중에 1 티스푼 정도의 설탕이 들어 있으면 정상 혈당이라고 한다. 그 이상이면 인슐린이 분비되고 혈액 속의 포도당을 잡아간다고 한다. 우리가 한 끼에 먹는 식사나 간식에 얼마나 많은 설탕이 들어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아득해진다. 혈당이 어떻고 인슐린 어떻고 많이 읽고 들었지만 이렇게 그림처럼 보이니 참 리얼하게 와닿는다. 그리고 놀랍게도 림프액은 10리터란다. 세상에 림프액이나 림프관은 얼굴부기 뺄 때나 들어보는 말인데 우리 몸에 혈액의 두 배만큼의 림프액이 있었다니. 이런 기본적인 사실이 그들에게는 너무 당연해서 언급할 필요가 없지만 그걸 그림으로 떠올리지 못했던 영희는 인간의 몸이라는 걸 대체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5리터의 혈액과 10리터의 림프액 1 티스푼의 설탕은 진짜 리얼하다.


영희는 진력이 날 때까지 책을 여러 권 읽는다. 비슷한 내용을 반복해서 읽으면서 점점 그림으로 떠올릴 수 있는 내용이 많아진다. 자신의 몸을 이해할수록 의사를 마법사로 생각하던 버릇은 사라진다. 드라마에서 보면 수술실에 들어가는 장면 뒤에 피곤한 의사가 수술이 잘 됐습니다..라고 말하는 장면 사이는 보통 생략된다. 사실 그 부분이 제일 중요한 부분이지만 우리는 실제 상황에서도 마치 드라마처럼 그 부분은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작 의사에게는 수술실안에서의 시간은 한순간도 생략되지 않는 시간이다. 영희는 이제 몸이 그림처럼 보이니 의사들의 인식이 조금 생기는 기분이 들었다.


ps 분명 책에서 읽을 때는 림프액이 10리터라고 읽었는데 철수가 그렇게 많을 리 없다는 의견을 내서 ai에게 물었더니 림프관에 실시간으로 흐르는 양은 대략 2-4리터이고 혈액에서 모세혈관으로 빠져나오는 체액이 대략 20리터인데 그중 대부분은 혈관으로 돌아가고 일부는 림프관으로 들어가 림프액이 되지만 림프액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하루종일 생성되고 흡수되고 순환된다고 합니다. 하루종일 림프관을 거쳐가는 림프액이 10리터정도 된다는 말이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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