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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부 May 02. 2017

등굣길

아침밥을 잘 못먹는 우리 딸.


아침마다 밥차려 놓았다가 손도 안대고 다시 치우는 일이 많았다. 원래 먹는걸 안 좋아하지만 특히 아침에는 조금이라도 더 자고 싶어서 빠듯하게 일어나니 어떤 날은 먹고 싶어도 쫒기듯 나가느라 먹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게다가 하루에 한끼 집에서 먹는다는 생각에 나는 나름대로 건강식으로 먹이려고 노력하지만 아이는 맛없다고 손도 안대기 일쑤였다. 어느 날 생각해보니 아이가 점심 저녁을 학교급식으로 먹으니 아침까지 밥을 먹이면 더군다나 밥을 싫어하는 아이가 매일 세끼를 밥으로 먹으려니 힘들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후로는 뭐든 아이 입맛에 맞는 걸로 준비를 해준다. 게다가 걸어서 20분 정도 걸리는 등교길이 아이 건강에 좋다고 생각해서 여태껏 고집스럽게 차로 데려다 준 적이 없었지만 아침밥을 다 먹으면 태워주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아이가 훨씬 열심히 먹는다. 게다가 차로 가면 5분정도 더 시간 여유가 생기니 먹을 시간도 생기고 때로는 들고 나가 차에서 먹기도 한다.


매일 아침 아이를 학교 들어가는 골목길 앞에서 내려준다. 학교 앞은 번잡해지기 일쑤라서 학생들에게 위험하기 때문에 학교앞까지는 가지 않는다. 큰 길에서 내려주면 아이가 횡단보도를 건널 때 나도 죄회전을 해서 나와야하는데 아이가 터덜터덜 걸어가는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매번 그걸 쳐다보다가 신호를 놓치기도 한다. 오늘 아침에도 포니테일에 하얀 셔츠입고 까만 운동화를 가볍게 신고 횡단보도 건너는 아이를 보고 있으니 웃음이 절로 배어나온다.  너무 사랑스럽고 이뻐서 행복했다. 시험 마지막날인 오늘 아침, 아이는 피곤해 죽을 지경인지 머리도 못감고 하나로 묶고 갔는데 나는 못되게도 아이가 피곤하던 말던 이런 아침이 안 끝났으면 싶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커가는 시간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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