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덕 18년 차 작가의 분석쇼타임
해리포터를 서른마흔다섯번째 읽고 있는 해덕인 나.
<나니아 연대기>를 이틀 전에 다 읽고, 전자책 무한 쿠폰이 다음 달부터 시작하는 바람에, 해리포터를 또 읽기 시작했다. 읽을 게 없어서. (ㅋㅋ)
<나니아 연대기>에 대한 독후감은 추후 쓰도록 하겠다. 꽤나 결말이 충격적이어서 재밌었다.
해리에게 처음으로 생일 케이크를 챙겨주고, 올빼미를 생일 선물로 사주는 해그리드가 계속해서 해리에게 '덤블도어 교수님은 중요한 건 다 날 시킨다. 날 믿으신다.'라고 말하는 걸 보고 또 깊은 고찰에 빠졌다.
앞서, 볼드모트로부터 살아남은 해리를 시리우스의 오토바이를 타고 데리고 온 해그리드. 이때도 맥고나걸은 덤블도어에게 해리를 데려오는 일을 왜 해그리드를 시켰냐 묻고, 덤블도어는 이런 말을 한다.
"해그리드에겐 내 목숨도 맡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왜 덤블도어는 해그리드를 믿는 걸까?
<해리포터 시리즈>를 대충 봤거나, 영화만 봤거나 하는 사람들은 생각할 것이다. 덤블도어는 너무 사람을 잘 믿고, 가장 좋은 점만을 확대해서 보는 사람이 아니냐고.
하지만 내가 본 덤블도어는 세상 최고로 계산적이며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있는 마법사다.
덤블도어는 치밀하다.
그는 사람의 가장 좋은 점을 확대해서 보는 성인군자라기보단, 가장 큰 욕망과 소망을 잘 이해하고 그로 인해 그 사람의 행동을 거의 완벽하게 예측해내는 미친놈(Positive)이다.
이유를 나열해보겠다.
1. 해리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이후 자신감이 많이 없는 상태에서 크고(볼드모트에게 대적하는 자) 작은(퀴디치 재능러) 영웅적인 일을 하게 되고 결국 착한 일, 희생, 용기와 대의를 행하는 인물로 성장한다. 이로 인해 그가 결국은 볼드모트를 무찌르기 위해 제 목숨 하나 내놓을 것임을, 덤블도어는 완벽하게 예측해내었다.
2. 스네이프가 절대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스네이프는 개쩌는 순애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3. 말포이가 입만 산 슬리데린이란 걸 알고 있었다. 그의 본성이 악하지 않으며 잘못된 가치관 아래에서 자랐고 너무 일찍 분류해버린 기숙사 시스템 때문에 그렇게 행동하고 있단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자신을 죽이지 못할 걸 알고 있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덤블도어가 예측하지 못한 일도 많이 일어난다. 말포이는 덤블도어를 죽이지 못했지만, 그가 결국 죽먹자들을 호그와트로 이끌고 온 것에 대해서는 매우 놀랐었다.
스네이프의 순애를 믿었으나, 그의 증오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의 증오가 너무나 커서 해리를 학창 시절 내내 괴롭혔고 시리우스가 죽기까지 했으며 쥐새끼는 도망을 쳤으니.
본론에 들어가보자.
그렇다면 덤블도어는 도대체 왜! 해그리드를 신뢰했는가?
우선 처음 든 생각은 이것이다.
사실 해드리드는 생각보다 일을 잘 수행해냈다는 것이다!
713번 금고에서 마법사의 돌을 가져오는 것도 잘 해내었고, 아기 해리를 데리고 오는 것도, 다 큰 17살 해리를 데리고 가는 것도 잘 해내었다.
게다가 해그리드는 거인의 피를 가지고 있어서 스튜페파이 몇 대 맞는 걸로는 기절 따윈 하지 않는다. 마동석 저리가라 하는 남다른 피지컬을 가지고 있는 그가 만약 마법사의 돌을 뺏길 위기에 쳐한다고 가정해보자.
대체 누가 그를 막을 것인가?
덤블도어에 대한 충성심이 뛰어난 그로서는, 마법사의 돌을 내어주느니 맨손으로 적들과 맞설 것이다. 실제로 5권에서 맥고나걸 교수가 엄브릿지 일당에게 공격 받을 때, 지팡이 하나 없이 일당 3명을 맨손으로 처리하기도 했다. 주문을 맞아가면서. (ㅋㅋ)
하지만 가장 궁극적인 이유는 이것일 거다.
덤블도어에게 진 빚과 은혜를 갚고자 하는 마음.
즉, 앞서 말했듯이 충성심이다.
난 이 시리즈에서 해그리드만큼 맹목적인 충성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물론 다들 덤블도어에 대한 충성심이 높다. 그러나 모두 궁극적으로는 충성심을 기반으로 자신의 판단을 해내어 간다.
해그리드는 아니다. 속된 말로 그는 대깨덤(대가리 깨져도 덤블도어)이며 덤블도어에 관련된 일이라면 자신에게 불이익이 닥치거나 자신 앞에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닥칠 지라도 일단 충성심대로 행동하고 본다.
대표적인 예로는, 처음으로 해리를 만나러 갔을 때 그 천둥치는 오두막에서 더들리의 엉덩이에 돼지 꼬리를 달아준 것이다.
버논 더즐리가 덤블도어를 '정신나간 노인네'라고 모욕하자 즉시 저질렀던 행동인데, 다행히도 마법이 잘 먹히지 않아 더들리의 엉덩이에 돼지 꼬리만 생겼다만, 만약 이 마법이 잘 먹혔다면 아래와 같은 문제가 생겨난다.
1. 해그리드는 법적으로 마법 사용이 금지되어 있으므로, 처벌 대상.
2. 머글에게 악의적인 마법을 사용했으므로, 처벌 대상.
3. 덤블도어가 시킨 중요한 일 두 가지(마법사의 돌, 해리 케어)를 맡고 있는 와중이었기에 앞으로의 계획에 큰 차질이 생길 수 있음.
4. 퇴학 당한 후 자신을 거두어준 덤블도어의 입장이 난처해질 수 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그리드는 생각 없이 더들리의 엉덩이에 분홍색 우산(사용이 금지된 자신의 지팡이가 들어있는)을 더들리의 엉덩이에 겨눈다.
(다른 이야기 : 나는 덤블도어가 해그리드의 지팡이를 고쳐주지 않았을까 싶다. 왜냐하면 7권에서 해리는 덤블도어의 그 막강한 딱총나무 지팡이로 절대 못 고친다고 했던 불사조 깃털 지팡이를 고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마법부에 의해 두동강 난 지팡이 역시 덤블도어가 고쳐주었고, 몰래 분홍색 우산에 숨겨서 다니는 것이라고 혼자 뇌피셜 갈겨 봄)
그러므로 해그리드는 정말 앞뒤 안 가리는 충성심을 가지고 있으며, 덤블도어가 신뢰할 만한 스팩을 두루두루 갖췄던 것이다.
게다가 잘 생각해보면 덤블도어는 해그리드에게 해그리드만 할 수 있는 임무를 맡긴다.
해리를 챙긴다든지, 해리를 지킨다든지, 해리를 데려오라든지, 해리를 데리고 가라든지.
(스네이프가 덤블도어에게 '도축될 돼지마냥 키운 거냐'라고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덤블도어는 마지막에 해리가 볼드모트에게 죽임 당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기에, 해리의 목숨이 너무나 소중했고 만약 그런 일이 닥친다면 해그리드가 해리 대신 기꺼이 목숨을 내놓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확률이 높다.)
덤블도어는 다른 일들, 그러니까 이중 스파이(스네이프)나 학교의 전반적인 운영(맥고나걸), 늑대인간 무리에 침투(루핀), 마법부 인맥(킹슬리) 등은 다 알아서 딱 맞는 사람들에게 맡겨왔다.
(내 예상이지만, 아무래도 입이 싼 해그리드를 해리에게 붙였던 건 해리가 다이애건 앨리에서 처음으로 따뜻한 어른과 완벽한 생일을 보내게 하려는 것도 있겠지만 '마법사의 돌'에 대한 정보를 슬쩍 흘리게 해서 퀘렐 교수와 맞딱뜨리는 걸 일부러 유도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게다가 덤블도어가 한 '내 목숨도 맡길 수 있다' 역시 진심일 거라 믿는다.
나 같아도 저정도로 충성심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게다가 덤블도어는 해그리드가 본인 대신 죽게 내버려두지도 않았을 것이고. (덤블도어를 죽일 수 있는 사람도 없고 ㅋㅋ)
해그리드는 퇴학을 당했다.
부모도 없고 오갈 데 없는 그를 거두어 그의 집과도 같았던 호그와트에 계속 머물게 해주었던 덤블도어는 해그리드에게 아버지 이상의 존재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단순하고 사랑스러운 바보에게는 그게 엄청난 충성심으로 나타났을 것이다.
그래서 덤블도어가 해그리드를 믿었다.
이것이 나의 결론.
아무튼 오늘의 고찰 끝.
<요약>
1. 덤블도어는 미친 계산적(P)인 인간.
2. 해그리드는 대깨덤
+ 내 최애 캐릭터는 덤블도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