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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ingS Feb 09. 2017

떠난 날.

멀리 멀리 좋은 데로.

그 날 참 추웠다.
수 많은 날 중 이렇게 호된 슬픔을 겪는 것이
너무나 오랜만이다.
나는 너를 많이 신경쓴 적이 없었다.
너는 나의 가장 아픈 손가락이 아니었다.
유복하지 않아도 부족한 것 없이
하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느라

너의 하루하루가
그저 좋은 줄로만 알았다.
 날도 너의 이름을 아마 2 만에 들었으리라.
스치는 생각 중에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
가까운 적도  적도 없어서 그랬나 보다.
어쩌다 그랬는지도  듣지 못하고 그저
눈물만 나기에 사실 내가 지금 슬픈 것인지
놀란 것인지도 알지 못했다.
처음에는 실소를 터뜨렸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한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네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들었다.
너는 아이들  가장 착했다.
다들 착하고  없는 아이들인데 너는 그중에서도
제일 착하고 어질어서  욕심내는 법이 없고
무얼 자랑하는 법이 없고 
가진   내어 주는 법이나 알았지.
뺏을 줄도 모르고 고집 부릴줄도 모르고 
,    이나 알았지.
손에  것을 동생이나 형들이나 달라면 주고
그저 웃고마는 아이였다.

새벽  잠이 오지않아서  기차를 잡아타고
도착한 너의 사진이 있는 곳은 그렇게 춥더라.
이제 너의 가족들은 눈물도 곡소리도
 힘이 없어 보였다.

사진이 마음에  들어.

평소 너에게 하던 말투 그대로
연년생의 여동생은 장창 너를 바라보고 있었다.
집에 가면 있을  같은데.
없더라고, 언니 이게  같아요.
평소에도 너보다  사내같이 무던하던  애도
울면 정말로 이것이 사실이 되어버릴  같은지
얼굴만 발갛게 되어서는 울지도 못하고 있었다.

너는 모든 사람들의 기도 속에
하얀 재가 되었다.
너를 태운 것은 다만  받은 사랑들이니
뜨겁지 않고 따스했기를 
  걱정도  필요없이 반듯했던  동생아 
너는 많이 사랑받았더라.
정말로 많이들 아꼈더라.

  저녁은 하늘이 더디게 저물었다.
겨울 밤인데 늦게까지 밝았다.
오늘이 지나면 정말로 네가 없는 날들이
시작되는데, 우리는 모두  날이 끝나기를
바라지 않았다.

집으로 가니 
할머니가,
그래  아까운 것을 결국 잃어브렀어-
하고 우셨다.
 새끼들 중에 하나같이  아까운 것들이 없는디
하고 우셨다.
설에 와서 할무니- 하고 
키도 허영청  것이 꼭대기에서도 부르기에 
쳐다보기도 힘들다 
 맨키로 어째 너는 이렇게 키도 크냐 
아이고 이쁘다  새끼- 했다고 우셨다.
이놈도 이쁘고 저놈도 이뻐서
오만원쓱을 줬는디 다른 놈들은  말이 없어도
 놈만 할매 많이도 주네 고맙습니다, 하고 
하도 좋아 하길래,
 똑같이 줬는디 지만 고맙다냐 했는디 
그것을  받아서는 어째 가부렀다냐 
하고  우셨다.
한참을 울다가 누구 원망도 못하시고,
하필이면 이즈음에 교회를 다니기 시작하셔서
살고 죽는 것을 원망하면 안된다 
생각하신 모양인지
그래라 좋은데로 가라고 혀라, 멀리멀리 좋은데로
세상 험한   안보고 가니 
오죽이나 
좋은데로
가것냐.
그러고는 한참을 목이 쇠게 우셨다.

내가 그아 태어날   갔냐, 내가 거기 있었제
질녘에  새끼들이 명이 짧단다.
 넘어    -들이 명이 길지가 않댜.
어째 그랬으까 어째 그랬으까.

눈도 코도 반듯한 것이 잘도 생겼습디다.
이쁜 얼굴로 갔어라 편히 갔어라.

어째 이상하게 허리가 아픈 것이 
걷도 못하게 생겼드만 금세 낫더라니,
이상하게 금방도 걸어지는 것이 올해는 아주
좋은 일만 생길란갑다 했는디
아이고  새끼가  건강주고 가브렀는갑네.
어째 그랬으까  아까운 것을 잃어브렀으까.
방학이면  벌어서 엄마 준다고
 무거운  나르고도 베실베실 웃기만 하던.

외숙모 이제 졸업만 하면 공무원이에요,
그랬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 하는 고생은 고생도 아니라고 했다던.
설에 보고 가는 길에 쑥하고 손을 내밀기에
오메  악수냐 하고 
 같이 그렇게 웃었다고 했다.
  손을 안잡았으면 평생 갸가 
손이 그렇게  줄도 
몰랐을  아니냐-
하고.

하루종일 울고 울고 기차를 탔다.
이제는 주인이 없는 번호가 내게 전화를 했다.
보내줬다고 이제 너를 멀리멀리 보내줬다고,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생긴 너의 어머니가
말씀을 하셨다.
스물 여섯  착하게만 살아온 너는
이제 영원히 
스물 여섯으로 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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